중국 부동산세 도입, 반발 기류에 미뤄지나.."시진핑 당내 저항 직면"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입력 2021. 10.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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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촉진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세 도입 계획이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면적인 부동산세 도입이 지연되고, 부동산세 시범 지역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부동산 거품을 잡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부동산세 도입 계획이 공산당 내에서 저항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세 도입에 관한 당내 논의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부정적 의견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은퇴한 당의 전직 간부들까지 세금을 낼 돈이 없다며 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는 청원을 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 주석이 당초 한정(韓正) 부총리에게 부동산세 도입·확대 업무를 지시했는데, 한 부총리마저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시 주석에게 속도 조절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시 주석은 부동산 문제가 빈부격차 확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최근까지도 부동산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단적으로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지난 16일 “부동산세 입법과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시범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두 달전 발언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며 부동산세 도입에 군불을 지폈다. 부동산세 도입은 중국에 해묵은 숙제이기도 하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이 없고 상속세도 없다보니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돼 왔다. 최근 공동부유를 전면에 내세운 시 주석이 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부동산세 도입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만큼 전면적인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불거진다면 부동산세 도입은 상당 시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 재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으로서도 당내 반발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여러 관료들은 부동산세 도입이 주택 가격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을 비롯한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동산세 입법은 중국의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기간이 끝나는 2025년까지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또 당초 30여개 도시를 대상으로 검토했던 부동산세 시범사업도 10여개 도시로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2011년부터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한해 부분적으로 부동산세를 시범 도입한 상하이와 충칭 등 일부 대도시에서부터 시범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부동산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 관리들은 시범사업의 세율과 면제 범위 등을 놓고 여전히 실랑이 중이며, 대도시에서 점진적으로 세금 계획을 시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적정 가격의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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