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정조준'한 마을·주민자치 단체 "정치적 공격 중단하라"

허남설 기자 2021. 10. 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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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마을법인협의회와 서울시민사회네트워크, 서울마을활동가연대, 사단법인 마을이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시민사회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마을공동체·주민자치 분야 예산 삭감 시도를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서울시 마을공동체·주민자치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를 향해 “지역 시민사회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마을공동체·주민자치 분야 예산 삭감 시도를 중단하라”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 일부 사업을 시민사회에 위탁·운영한 구조를 두고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비판하면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대표사례로 거론한 바 있다.

서울시마을법인협의회와 서울시민사회네트워크, 서울마을활동가연대, 사단법인 마을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서울시 혁신정책 전반을 부당하게 공격하고 왜곡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며 “시민사회에 대한 비합리적 공격은 관련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고 밝혔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시민사회·시민단체에 지원한 총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라며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란 이름을 내세워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 협치,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등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로 꼽았다. 특히 마을공동체 사업을 두고 “인건비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자치구별 주민자치사업단 단장 인건비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다”라고 했다.

마을·주민자치 활동가들은 이날 오 시장의 발언과 인식을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장이정수 마을법인협의회 대표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국가나 시장 혼자 해결하지 못한다는 게 기본 상식이며 전세계적으로 시민과 제3섹터 활성화를 통해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주민자치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프랑스 파리시의 ‘15분 도시’ 정책 확산을 들었다. 15분 도시는 노동, 문화, 여가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15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갖추도록 도시를 재편하자는 기획이다.

이상현 중랑마을넷 기획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체제에서 시민사회가 공동체를 유지하며 개인이 고립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는 일방적 방역지침을 강요하면서 시민들의 고통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시민사회는 정부와 시장이 무시하는 영역에서 사회적 돌봄을 시행하며 공공의 공백을 메꿨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하며 시민사회 민간위탁 사업 지원 내역 문건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이 시민사회 협력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시민단체 전용 ATM기”라고 규정한 것도 비판했다.

이 기획팀장은 “시민사회는 수많은 활동가들의 무급노동으로 유지되는 영역”이라며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재정이 어렵지만 마을과 사람들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라고 말했다. 김만순 마을활동가 연대 대표는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해서 마을 활동을 시작했으며 내 시간과 내 돈을 들여 활동했다”라며 “그런데도 나랏돈 빼먹는 도둑 취급을 당하고 사익을 좇는 사행집단으로 청산하겠다고 하니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송문식 사단법인 마을 회원은 “서울시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고 공무원들이 그렇게 말랑말랑하지 않다”라며 “ATM기처럼 돈을 썼다고 하면 관리감독을 해야 할 서울시는 무엇을 한 것이냐”라고 했다.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사업 실행·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불공정과 특혜, 비효율이 있었다”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반론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단법인 마을은 2012년 4월 5000만원 자본으로 설립된 신생 시민단체였지만 지난 10년간 서울시에서 약 600억원 사업을 독점적으로 위탁받아 그들만의 마을생태계를 확장했다”라고 했다.

사단법인 마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실왜곡, 명예훼손, 여론몰이를 멈추라”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사)마을은 몇몇 인사가 하루아침에 만든 조직이 아니며, 마을에서 10여년 이상 활동한 풀뿌리 활동가와 능동적 시민들이 마을공동체 정책 방향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만든 조직”이라며 “서울시 조례와 지침 등에 따르면 위탁기간은 3년 이내로 최대 2회 재계약이 가능하며, (사)마을은 적격심사·종합성과평가·회계감사 등 모든 과정을 성실히 준수해 재계약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시 보도자료 내용을 철회하고 이를 인용한 각 언론사에도 보도 철회를 요청하라”라며 “조속한 시일 내 이행하지 않을 시 서울시와 보도자료를 작성한 관련 공무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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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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