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다했다"..누리호, 마침내 내일 우주로
[경향신문]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인 ‘누리호’가 21일 우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연구진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자력으로 원할 때 위성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이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빌려 위성을 쏘지 않아도 되는 ‘우주 독립’을 선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일 누리호 발사를 위한 기립 작업을 완료하고 각종 기계장치에 대한 막바지 점검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전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실려 나와 제2발사대에 옮겨졌으며, 자세를 90도 방향으로 곧추세우는 기립에도 성공했다.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 나선 오승협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기립 직후 내부 밸브가 제대로 움직이는지 등을 점검했다”며 “(누리호에) 전력 등을 공급하는 ‘엄빌리칼 타워’를 통한 점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빌리컬 타워는 발사대에 서 있는 금속 구조물로, 누리호에 대한 보급장치 역할을 한다.
이날 기립이 끝나면서 누리호를 쏘기 위한 주요 작업은 연료와 산화제 주입 같은 최종 절차만 남게 됐다. 누리호는 연료로 등유(케로신), 연료를 태우기 위한 산화제로는 액체산소를 쓴다. 이 물질들은 발사에 임박해서 동체에 주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 탱크가 손상된다. 고체연료와의 차이점이다. 누리호도 발사 50분 전에서야 동체에 대한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마칠 예정이다.
누리호가 예정대로 21일 오후 4시쯤 지상을 박차고 이륙하면 발사 127초만에 1단 로켓이 분리된다. 그 뒤 위성보호덮개인 ‘페어링’(발사 233초)과 2단 로켓(274초)이 분리된 뒤 발사 967초 만에 3단 로켓에서 1.5t짜리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면 누리호의 임무는 종료된다. 이때 고도가 700㎞다.
여기까지 예정된 절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면 한국 우주개발사는 전환점을 맞는다. 한국은 1t급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 중량의 위성은 관측이나 통신 등 실용적인 임무에 쓰일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위성을 스스로 쏠 능력을 갖춘 나라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뿐이었다. 그간 한국은 위성을 발사하려면 늘 외국으로 나가야 했다. 위성을 쏴주기로 한 해외 우주기업의 사정에 따라 발사가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한다면 한국이 위성을 스스로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며 ‘우주 독립’을 선언하는 셈이다.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은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꾸준히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새로 발사체를 개발한 국가가 첫 발사에 성공한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우주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누리호 연구진은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승협 부장은 “기술적으로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개선하고 점검했다”며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는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마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연구진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심정이 모두가 바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고흥|공동취재단·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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