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지원금 지급에 나선다

김혜리 기자 2021. 10.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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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호주 정부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폭력적인 결혼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제공키로 했다. 호주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가정폭력 건수가 급증하면서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책이 속속들이 마련되고 있는 모양새다.

호주에선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19일(현지시간)부터 5000호주달러(약 439만원) 규모의 일회성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최대 1500호주달러가 현금으로 지급되며 나머지 금액은 상품이나 서비스, 학교 수업료, 새 거처 마련 등의 기반으로 쓰이게 된다고 현지매체 7뉴스 등이 보도했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지원금뿐 아니라 주정부나 지방정부의 아동 지원 서비스 등도 연결해줄 계획이라 밝혔다.

가정 폭력 관련 사진. 이준헌 기자


18세 이상 호주 국민이면 누구든지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이지만 신청자의 다수는 여성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분석했다. 호주는 성평등 지수가 낮은 편에 속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호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9일마다 여성 한 명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한다. 남성은 16명 중 1명 꼴로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데 비해 여성은 6명 중 1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정부 통계도 있다.

코로나19가 가정폭력 문제를 악화시킨 면도 있다. 지난해 7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 중 3분의 2가 코로나19 이후에 가정폭력이 시작됐거나, 그 정도가 이전보다 심해졌다고 답했다. 지난 6월 퀸즈랜드 대학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록다운 기간 동안 가정폭력 건수가 급증했다. 보고서 저자인 케리 카링턴 교수는 “가해자들이 록다운 기간을 파트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앤 러스턴 여성안전부 장관은 “일을 방해받거나 경제권을 통제받으면서 여성들은 경제력에 대한 접근권이 줄어들어 폭력적인 가정을 떠나기 더욱 어려워진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여성들이 폭력적인 관계를 떠나는 걸 막은 경제적인 장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한편 해당 프로그램이 가정폭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호주 여성인권단체 ‘빅토리아 우먼스 트러스트’의 메리 크룩스 대표는 “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이 집을 떠나야 하며,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야 하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원주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하길 두려워하는 원주민 여성들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이 충분한 보호책이 되지 못할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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