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낙태 종용하면 피해보상은, 과거 판결 '이것'이 갈랐다

이가영 기자 입력 2021. 10. 20. 16:26 수정 2021. 10. 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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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선호.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선호가 혼인 빙자와 낙태 종용 등을 주장한 전 여자친구의 폭로로 차기작뿐 아니라 고정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하차하게 됐다. 전 여자친구는 “지금 아이를 낳으면 9억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거짓 사실로 낙태할 것을 회유했고, 자기는 아이를 사랑해줄 수 없다고 협박도 했다”며 “아이는 지금 태어나지 않겠지만 정확히 2년 뒤에 너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자친구가 아이를 지울 것을 강요했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은 한 사건에서는 여성의 편을, 다른 사건에서는 남성의 손을 들어줬다.

◇임신하자 결혼 거부하며 낙태 강요한 남자친구…알고 보니 유부남

A씨는 2012년 11월 남성 B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시작했다. 당시 B씨에게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있었고,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 2013년 6월 A씨가 임신을 하게 됐다. 그러자 B씨는 결혼을 거부하며 아이를 지울 것을 강요했다. A씨는 아이 낳기를 원하지 않았던 B씨와 관계가 소원해졌고, 2014년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런데 2년 후 B씨가 다시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요구해왔다. B씨는 “우리 다시 시작하자. 노후자금 저축해서 정말 잘해줄게”라고 말했고, A씨의 어머니에게도 살갑게 안부문자를 했다. A씨는 그런 B씨를 믿고 다시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B씨는 이때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이었다.

A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있음에도 마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속였고, 임신하자 낙태할 것을 강요하는 등 나를 성적 대상으로만 이용했다”며 B씨에게 산부인과 비용과 신경정신과 비용, 정신적 고통으로 말미암은 위자료 등 21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수원지법 민사6부는 지난 3월 “성적 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를 갖고 성관계를 할 권리를 의미한다”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혼인 여부를 헷갈리도록 유도했고, 이것이 성관계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됐다면 이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두 사람의 교제 형태, 나이, 교제 기간, 교제 기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B씨가 지급할 위자료는 8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남자친구에게 “잘 지우자” 연락…法 “강요 없었다”

지난해 7월 법원은 여성 C씨가 4년간 만나던 남자친구 D씨에게 낙태를 강요받아 아이를 지웠고, 이후 신경쇠약, 우울증, 수면장애를 앓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됐다며 위자료 8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사건에 대해 기각했다. 법원은 “C씨가 낙태수술 전 D씨에게 여러 차례 금전을 요구하면서 ‘잘 지우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씨가 성을 착취하고, 낙태를 강요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전문가는 임신 유지와 출산 의사를 명백하게 갖고 있던 임산부가 다른 사람의 낙태 종용으로 임신을 중단해 임신 여부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한본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연합뉴스에 “임신과 낙태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실혼에 준하는 동거가 있었다거나 결혼을 약속했다가 파기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위자료를 받아내는 것이 가능하다”며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낙태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했거나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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