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 방명록에 '아! 5·18' 썼던 윤석열에 '분노'..광주시민들 "대선후보 사퇴하라"
[경향신문]
“아! 5·18 잊지 않겠습니다.”(10월11일)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피로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7월17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두 번 찾았다. 지난 11일에는 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함께 참배했고 7월에는 단독으로 5·18묘지를 찾았다.
그 때마다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5·18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5·18민주화운동 관련단체는 그동안 윤 전 총장의 묘지 참배를 안내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반대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8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18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는 등 5·18에 대한 국민의힘의 인식 변화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지난 5월 열린 ‘5·18 41주기 추모제’에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랬던 5·18단체와 광주시민들이 지난 19일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광주에 온다면 예전하고는 다를 것이다. 5·18묘지를 참배한다면 회원들과 함께 막아 설 것이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윤 전 총장이 광주 시민을 학살한 사람(전두환)인데도 ‘사람 죽인 것은 잘못했지만 다른 것은 잘했다’고 한다”면서 “살인을 하고 이후 잘하면 다 면책이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김형미 오월 어머니집 사무총장은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사람을 (인재 등용) 예로 들 수 있느냐”면서 “(윤 후보가) 그동안 광주를 찾은 것도 표를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씨(37)도 “광주에 와서 5·18묘지를 참배 했으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5·18을 정치에 이용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는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5·18 학살 원흉인 전두환을 비호한 윤석열 전 총장은 즉각 사죄하라”면서 “5·18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독재자를 비호하는 행위를 반드시 바로잡고 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2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은 즉각 대선후보를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전두환에 대한 윤석열의 옹호 발언은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의 행보는 군대를 사유화 해 정치적 야욕을 실현하고 민주적 헌정질서를 유린한 전두환을 닮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고 호남인들을 능멸한 윤석열의 정치적 퇴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광주지역 선거캠프 내부에서도 그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국민캠프 조직본부 광주시 선거대책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광주 선거캠프에는 120여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회의에서 “아주 잘못된 발언”,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될 발언을 했고 예도 잘못 들어서 5·18관련자들과 광주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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