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별도기관' 신설해 고객센터 직원 고용 검토

[경향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별도의 소속기관을 설립해 민간 위탁 소속 고객센터 직원들을 고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건보공단 직접고용을 요구하던 고객센터 노조는 해당 방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앞에 집회를 열고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 1600명의 직고용 문제를 논의해온 사무논의협의회(협의회)는 21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고용 방침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기관은 법인이 별도로 분리된 자회사와 달리 공단과 같은 법인이다. 그간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온 기관들은 대부분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소속기관은 별도 기관장이나 행정 관리 체계 및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재정 운영 형태도 별도의 예산 편성을 통해 이뤄진다. 다만, 공단과 이사장·이사회·정관은 동일하다. 자회사가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과 달리 소속기관은 공단과 같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 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서울요양원이 이러한 소속기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협의회 측은 자회사가 민간위탁의 변형된 형태일 뿐이고, 자회사로 전환된 곳에서 이후에도 직접고용 요구가 계속됐다는 점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은 한계가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직접고용의 경우, 직접고용이 오히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승진과 임금인상 등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별도 소속기관에서 승진과 보상체계를 따로 마련하면 업무 동기부여도 생기고 서비스 품질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속기관화로 건보 고객센터 문제가 해결된 것이냐고 묻자 “결정은 공단이 아니라 협의회에서 한다”며 “소속기관으로 한다면, 현재 쓰고 있는 용역 예산 범위 내에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일정 채용 절차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 증액 없이 고용 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공공기관을 새로 만든 사례는 앞서 없었다. 소속기관을 통한 고용은 사실상 직접 고용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는 반면, 고객센터 노조 일각에서는 건보공단 직접고용을 끝까지 쟁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이 직접 고객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협의회가 확정한 방안은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TF’에 보고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후 현재 민간위탁 방식으로 소속돼 있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전환 방식과 임금체계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고객센터 노조는 현재 소속기관으로의 전환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다. 노조는 “현재 조합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했고, 내일 협의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희진·이혜리 기자 go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