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샀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뉴딜펀드 수익률은 '글쎄'

권유정 기자 2021. 10. 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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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수익률 대부분 '마이너스'
금리 상승부터 규제 리스크까지
증권가 "내년에도 가치주가 유리"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해 잘 알려진 한국판 뉴딜펀드가 몇 달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뉴딜펀드가 주로 담고 있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종목들이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 정부의 플랫폼 규제 등으로 조정을 받으면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초 가입한 5개의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중 4개의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 문 대통령이 올해 초 가입한 상장지수펀드(ETF)인 미래에셋TIGERKRXBBIGK-뉴딜, NH-아문디하나로FnK-뉴딜디지털플러스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2.2%, -11.8%다. 같은 날 가입한 펀드(A클래스 기준)인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 KB코리아뉴딜은 각각 -7.6%, -0.3%로, 삼성뉴딜코리아 펀드(1.5%)만 5개 상품 중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그래픽=손민균

앞서 문 대통령은 1월 15일 5개의 뉴딜펀드에 1000만원씩 투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2019년 8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해, 90% 넘는 수익을 낸 상태였다. 대통령이 필승코리아 펀드 수익금 약 4500만원에 웃돈을 보태 뉴딜펀드에 가입한다는 소식에 펀드는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가입한 ETF와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이들 상품이 주로 담고 있는 BBIG 업종 주가가 부진해서다. BBIG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성장주로 분류되는 이들 기업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 KRX BBIG K-뉴딜지수는 3개월간 11.7% 하락했다.

종목으로 보면 ETF는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등 2차전지주를 비롯해 크래프톤(259960), 넷마블(251270), 엔씨소프트(036570) 등 게임주와 NAVER(035420)(이하 네이버), 카카오(035720)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펀드의 경우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에코프로비엠(247540), 엘엔애프 등이 상위 구성 종목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부와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직격탄을 맞았고, 당분간 관련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게임사들은 3분기 실적 부진 우려로 주가가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내년 업황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 치료제 출시 가능성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 모멘텀이 약화된 탓이다.

그나마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선방했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는데, 지난달 에코프로비엠이 10조원 규모 수주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향후 성장 기대감이 커진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뉴딜펀드 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천보(278280) 등 2차전지 소재 기업 투자 비중이 높은 액티브 펀드 수익률이 비교적 양호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된 5개를 제외한 나머지 뉴딜펀드 수익률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집계된 뉴딜펀드 76개 중 56개 수익률은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성과가 좋았던 펀드들도 절반 이상은 1%대 미만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대부분이 뉴딜 관련 메자닌(주식 관련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었다.

한편, 연초 이후로 기간을 넓히고 보면 손해가 난 것은 아니다. KB코리아뉴딜펀드, 삼성뉴딜코리아펀드 수익률은 각각 17%, 14.9% 수준이다. TIGERKRXBBIGK-뉴딜 ETF는 3.3%,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는 2%, 하나로Fn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0.2%다. 문 대통령은 현재 펀드에서 319만원, ETF에서 55만원 정도 수익을 낸 셈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올해 내내 금융시장을 좌우한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지수 조정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특히 뉴딜펀드가 주로 담고 있는 성장주의 경우 내년까지 업황이나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졌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전제하에 내년에도 성장주보다는 소재, 산업재 등을 포함한 경기민감주(가치주)가 유리한 국면이 계속되면, 뉴딜펀드 수익률 상승폭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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