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바지 착용은 학교장 허락? 인권침해적 학생생활 규정 여전

이하늬 기자 입력 2021. 10. 20. 15: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의 복장과 교내생활을 규제하는 규정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여학생이 교복 바지를 착용하려면 학교장의 허락이 필요하다.

/김상민 기자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교육부 학교알리미를 통해 전국 5620개 학교 중 시도별로 204개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표본조사한 결과 속옷·두발 등의 복장 규정을 명시한 학교는 40%(82개교), 사전 동의없는 소지품 검사나 휴대전화 일괄수거 등 교내생활규제를 명시한 학교는 73%(149개교)로 나타났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지역(서울, 경기, 충남, 전북, 광주, 제주)에서도 이같은 규정이 여전했다. 복장규제는 광주를 제외한 5개 지역에서, 교내생활규제는 6개 지역 모두에서 있었다. 학생인권조례 제12조는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한다.

가령 대구 A고교와 서울 B여고에는 여학생이 바지를 착용하려면 학부모가 요청하고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부산 C여중 학생들은 여름에 끈나시 형태의 속옷을 입을 수 없다. 끈나시 속옷을 입을 경우 브래지어 끈이 보일 수 있다는 이유다. 강원도에 위치한 D고교는 두발 길이는 제한하지 않지만 남녀 ‘미구분’ 머리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학생은 숏커트와 같은 짧은 머리가, 남학생은 긴 머리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9월에도 부산에서 “남학생이 머리카락을 묶는 것은 단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학생이 1인 시위에 나선 일이 있다

교내생활 관련 규정은 휴대전화 수거가 24개교로 가장 많았고 소지품 검사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상당수 학교는 학생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교사가 3~7일 동안 압수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충남 E여중은 전자기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벌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휴대전화 제출이 학생의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해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는 절차를 진행했더라도, 일과 중에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조치는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용 의원은 “조사대상 규정 외에도 여전히 대다수 학교가 교복길이, 염색·파마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육현장이 학생을 관리대상이 아닌 자율성을 지니고 합리적 판단이 가능한 주체로 인식하도록 교육청이 관리·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