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의 일론 머스크" 진학·취업·창업 다잡은 발명특성화고

이해성 2021. 10.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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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발명특성화고
발명인재 키우는 특성화고
메이커 창작·드론·3D프린팅 등
창의·실용 교육으로 입소문
"나만의 자소서 쓴다" 자신감
전국 6개교 3370여명 재학
공부와 놀이 '경계'를 허물다
공대 진학·공기업 취업률 증가
산학프로그램으로 일자리 찾기도
학생들이 낸 특허만 5419건
창업 27건·기술이전 13건 달해
서울의 유일한 발명·특허 특성화고인 미래산업과학고 학생들이 발명품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 교실. 학생 10여 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무대를 3D 프린팅 소재 등으로 재현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다른 교실에 가 보니 일러스트용 고급 태블릿 ‘와콤 신티크’로 학생들이 만화를 그리고 있다.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공부와 취미, 놀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곳은 학창시절 ‘국·영·수’에 익숙한 기자에겐 낯설게 느껴졌다. 공학 소양을 갖춘 발명 인재를 키우는 미래산업과학고의 모습이다.

 진학·취업·창업 ‘세 마리 토끼’ 잡는다

발명·특허 특성화고이자 서울교육청이 지정한 영재교육원인 이곳엔 메이커창작과, 컴퓨터특허과, 인공지능(AI)콘텐츠과, 시각디자인과 등 4개 과가 있다. 메이커창작과는 3D프린터, 드론 관련 인재를 양성한다. 네트워크, 시스템 프로그래밍, 드론 정비, 3D프린팅 시제품 제작 등을 배운다. AI콘텐츠과는 게임 프로그래밍,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 등이 주요 과목이다. AI콘텐츠과에 입학하면 명지전문대 소프트웨어콘텐츠과 입학이 자동 보장되는 프로그램을 교원그룹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공학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룹이자 유튜버 ‘긱블’과 이 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동영상이 대박을 터뜨렸다. 글로벌 인기 게임 ‘어몽어스’의 맵 실사판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이달 기준 누적 조회수가 388만 회에 달한다.

창의적, 실용적 교육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입학 지원자가 늘고 있다. 2019년 1.3 대 1이던 입학 경쟁률이 올해 2.03 대 1로 높아졌다. 대학 진학률(졸업생 대비 진학자)은 2019년 46.7%에서 올해 65%로 40%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미래산업과학고를 졸업하고 한국항공대에 진학한 정승훈 씨는 “관심 없는 과목을 배우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길로 가자는 목표를 세우고 메이커창작과에 진학했다”며 “재학 중 여러 대회에 참가하고 자격증 취득에 노력하다 보니 (대학 입시)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인문계고와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 졸업생들이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공항공사, 근로복지공단 등 공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업도 증가세다. 홍익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권서원 씨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라벨기를 개발해 의료보조기구업체 커머를 창업했다. 발명교육 기업 세모가네모의 문혜진 대표는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재학 중 창업했다. 세모를 갖고 네모를 만들라고 하면 보통 세모 두 개를 붙여 네모를 만드는데, 사실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뜻에서 붙인 회사명이다.

 기업에 기술 이전 사례도

발명특성화고는 미래산업과학고, 경기 수원시 삼일공고, 부산 대광고, 광주자연과학고, 전남 광양하이텍고,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 등 6개 교가 운영 중이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고 특허청, 지방교육청 등이 참여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3370여 명이 재학 중이다.

광양하이텍고는 ‘기업과 함께하는 직무발명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자연과학고는 일명 ‘INSTAR’ 교육 모형을 개발해 도입했다. I(흥미유발)-N(국가직무능력표준)-S(실무역량 강화)-T(발명기법)-A(특허명세서 분석)-R(직무발명)의 약자다. 대광고는 1~3학년생이 각각 최고경영자(CEO), 영업, 디자인 등을 맡는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삼일공고가 처음 지정된 이후 9개 발명·특허 특성화고에서 4만1823명의 학생이 특허 5419건을 출원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찾은 학생은 1301명, 창업 사례는 27건이다.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은 13건이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도 기업 이전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학과 단위로 발명 특성화 교육을 하는 곳도 있다. 광주여자상업고, 경기 세경고, 전북 한국게임과학고 등 세 곳이다. 전남 목포공고, 부산기계공고, 서울디지텍고, 서울아이티고, 서울 인덕과학기술고 등 다섯 곳은 교과 단위로 발명 교육을 하고 있다. 특허청은 교과 단위 발명·특허 교육에 참여할 직업계고 다섯 곳을 다음달 초까지 모집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술 숙련도뿐 아니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협력, 의사소통 능력을 보유한 인재가 필요하다”며 “발명 교육을 통해 이런 역량을 체계적으로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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