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아크로·디에이치' 붙여달라"..불안해진 아파트값

윤지혜 기자 2021. 10. 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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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 노량진6구역에서 조합원과 시공사 사이에 마찰이 생겼습니다.  일부 조합원들이 아파트 고급 브랜드를 요구했는데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별도의 고급 브랜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시공사 교체 요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아예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e편한세상' 대신 고급 브랜드 '아크로'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시공사가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건설사들이 고급 브랜드를 출시한 건 2015년부터입니다. 현대건설은 2015년 ‘디 에이치’를 출시했고, DL이앤씨는 2016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준공해 ‘아크로’를 내세웠습니다. 대우건설은 2017년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은 2019년 ‘르엘’을 출시했습니다. 

삼성물산(래미안)과 GS건설(자이)은 따로 고급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거의 모든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파트 고급 브랜드를, 이제는 강북 등 서울 전역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급 브랜드는 건설사들이 고급 주거지에만 적용하겠다며 들고 나온 브랜드입니다. 비싼 자재를 쓰고, 시공과 디자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워 일반 브랜드와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급 브랜드 아파트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설사에서 고급 브랜드를 쓰기 위한 기준이 확고하면 브랜드가 난립해 사용되는 일이 적겠지만 재건축 수주를 따내는 과정에서 조합 등 수요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급 브랜드가 붙으면 근본적으로 아파트값을 올리는 요인까진 아니어도 부수적인 영향은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고급 브랜드 아파트가 많아질 수록 그 아파트는 물론 주변 아파트값까지 들썩여 불필요한 아파트값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어디서나 '디에이치', '아크로'를 볼 수 있다면 고급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는 걸까요? 결국 나중엔 그 위의 또 다른 최고급 브랜드를 내놓아야 할 겁니다.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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