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임대..고가 '꼼수 분양'으로 무주택자 울리는 민간임대주택

최종훈 2021. 10. 20. 15: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정아무개씨(38)는 최근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공급된 한 민간임대아파트를 보고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의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했던 곳에서 뜻밖의 민간임대주택이 나왔는데 임대료와 10년 뒤 확정분양가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뒷말
분양가 규제 없고 유주택자도 청약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 엘 조감도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정아무개씨(38)는 최근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공급된 한 민간임대아파트를 보고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의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했던 곳에서 뜻밖의 민간임대주택이 나왔는데 임대료와 10년 뒤 확정분양가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청약가점을 착실하게 쌓아오며 분양을 기다렸는데 청약자격에 아무 제한이 없는 고가 민간임대아파트가 이런 식으로 공급된다면 나같은 무주택자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떠뜨렸다.

20일 부동산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최근 경기 용인 보정동에서 선보인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 엘’이 뒷말을 낳고 있다. 하나자산신탁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한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715가구 규모로, 지난달 청약 접수에 16만여명이 몰려 평균 2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뒤 최근 계약을 마쳤다.

이 단지는 임대보증금이 8억6천만~8억9천만원에 이르고 월임대료는 1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비싼 대신 청약 진입장벽이 낮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살 이상 세대주면 무주택 여부,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고 10년간 거주한 뒤에는 우선분양을 받는 계약 조건이 제시됐다. 주택도시기금 등을 받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라면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0% 이하로 책정하고 입주 자격은 무주택자로 제한되지만 일반장기민간임대로 사업승인을 받은 이 단지는 이런 규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분양전환을 희망하는 계약자에게 제시된 10년 뒤 확정분양가는 13억~14억원이었다.

시장에선 롯데캐슬 하이브 엘이 민간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된 것은 최근 집값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고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다주택자의 주택 관련 세금이 크게 높아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임대료는 비싸지만 취득세, 보유세 등 부담없이 사실상 내집에 거주하다가 10년 뒤 시세차익을 얻고 분양받을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이 이른바 ‘현금부자’에게는 괜찮은 투자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자로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장기임대주택의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상 ‘무늬만 임대주택’일 뿐 고분양가 규제를 피해간 일종의 ‘꼼수 분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민간임대주택의 고가 분양이 논란을 빚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부랴부랴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도 고분양가 심사 대상에 넣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용인 수지에 이어 수도권 곳곳에서 이런 방식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공사 관계자는 “용인 수지 사업장 등의 사례를 고려해 앞으로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에서 공급되는 단기임대(5년)에 이어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도 고분양가(임대료) 사업장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며 “지난달 제도 개선을 마쳤으며 조만간 적용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