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욱 자진 입국했지만 윤지오·이혁진은 여전히 해외에.. "'여권 무효화' 조치만으로는 부족"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70억원대 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금감원에 고발된 후 미국 도피 중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나 ‘장자연 사건’ 관련 인물인 윤지오씨 등이 이같은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활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사대상자다. 정부 당국이 여권 무효화 등 기계적 조치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도피 사범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 건수는 문재인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 여권 무효화 조치 건수는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3년~2016년까지 매년 200~300건대를 유지하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31건, 2018년 470건, 2019년 1073건, 지난해 695건,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454건을 기록했다. 자진해서 여권반납이 이루어진 최근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7건, 2019년 16건, 2020년 16건,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19건에 불과하다. 이는 여권반납 명령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권 무효화 조치는 외교부가 우리나라 여권 소지자에게 내리는 ‘여권발급 제한조치’와 ‘여권반납 명령’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여권법 12조와 19조에 따르면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기소중지·수사중지된 사람이 국외에 있을 경우 외교부 장관이 여권의 발급을 제한하고, 이미 발급된 여권에 대해서도 반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반납 명령에 응하지 않은 사람의 여권은 여권법 13조에 따라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
통상적으로 외교부는 수사기관의 제재 요청을 접수하게 되면 여권 무효화를 검토한다. 이후 무효화를 결정하면 해당 인물이 여권을 신청할 때 신고한 국내 주소지로 여권을 반납하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낸다. 통지서를 수령하지 않아 2회 반송되면 14일간 공시 절차를 거치며, 공시 종료 후 14일간 반납에 불응하면 직권으로 여권 무효 조치를 한다. 전자여권 시스템을 도입한 다른 국가에도 무효화 사실이 통보된다.
이같은 한계로 해외도피 사범이 버젓이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김치사업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고위인사와 수차례 접촉하고 1년 이상 교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윤지오씨는 2019년 사기·명예훼손 등 혐의로 피소된지 하루만에 캐나다로 출국하면서 같은해 12월 여권이 무효화됐다. 하지만 캐나다 영주권자인 윤씨에 대해 캐나다 수사당국이 체포에 나서지 않으면서 그의 송환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태규 의원은 “현재 재외공관에서 해외도피 사범에 대한 출몰 및 거주 정보 등을 직접 확인한다 할지라도, 외교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등이 부재하다”며 “이 때문에 공관에서 취할 수 있는 재량 조치와 대응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재외공관은 해외도피 사범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 국내 수사기관보다 용이한 환경“이라며 “본부 차원의 프로토콜(규약), 유관기관과의 정보공유체계 구축, 주재국 현지 경찰당국 협조 등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 정부 당국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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