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인터뷰] '마이네임' 한소희 "10kg 증량에 민낯까지, 예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주체적 여성 캐릭터 끌려 출연 결심"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연습, 44→54kg 증량"
"민낯으로 촬영, 날 것의 느낌 보여주고 싶었다"
"안보현과 베드신, 나도 처음엔 괜찮을까 싶었다"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촬영이 끝난 지 1년이 넘었는데 지금 촬영을 한 것처럼 마음이 붕 뜹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때 고생했던 기억들이 하나둘 생각나면서 기쁘기도, 긴장되기도 해요."
2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이 지난 15일 전세계 190여 국에 공개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오혜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담은 작품. 극 중 한소희는 자신의 생일날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아버지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직에 들어가 언더커버 경찰이 된 지우 역을 맡았다.
'마이 네임'은 한소희가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한 작품이자 그간 선보여온 로맨스물이 아닌 느와르 복수극이다. 이러한 파격 변신을 선보인 이유에 대해 한소희는 "'마이 네임'을 찍기 전에 나는 운동에 '운'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여성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을 늘 하고 싶었다. 상황이나 인물에 의해 흔들리는 역할이 아니라 뚜렷한 신념과 목적을 가진 역할을 원했다. 그런 와중에 주체적인 캐릭터와 액션이 결합한 '마이 네임' 대본을 받게 돼 출연을 결심했다. 누아르 물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라 선택의 큰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우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전개인 만큼, 극 전체를 온전히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한소희는 "대중들은 내가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 '알고있지만'으로 알고 있지만, 촬영은 '마이 네임'이 먼저였다. 그만큼 중압감도 컸고 긴장도 많이 됐다"며 "감독님이 대본을 보지 말고 액션 준비부터 하자고 하더라. 몸을 다지고 액션에만 집중하니 후반부 대본을 준비할 때는 이미 나 자신이 지우가 됐기 때문에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마이 네임'에서는 한소희의 거친 액션 연기가 많은 호평을 받았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 빠짐없이 나갔다는 한소희. 그는 "액션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아무리 내가 수를 쓴다고 한들 절대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며 "대역이 있긴 했지만, 액션 장면은 내가 직접 소화했다. 대역분들이 리허설을 해주고 촬영도 하긴 하지만, 나 역시 액션 장면을 다 찍어놔야 편집 때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테이크 액션 장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상은 없었을까. 한소희는 "많이 다치긴 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촬영하다가 손이 베이고 까지고 멍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밴드를 붙여가며 버텼다"고 밝혔다.
지우와 닮은 점을 묻자 한소희는 "김바다 작가님이 어딘가 모르게 안쓰러워 보이는 부분들이 닮았다고 말씀해주더라. 웃고 있는데도 눈이 슬퍼 보인다고 말씀을 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마이 네임'은 공개 3일 만에 TV쇼 부문 스트리밍 세계 4위에 오르기도. 이에 한소희는 "너무 신기하다"며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 세계가 한국 드라마에 주목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OTT 시대가 온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더커버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건 많이 없어서 그런 부분에 주목해 준 게 아닐까 싶다"고 인기 요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기억에 남는 반응을 묻자 한소희는 "한소희 같지 않다는 말이 좋더라. 가장 최근에 들은 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배우구나' 하는 말들이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반응들이 제일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기억에 남는 액션 장면으로는 8부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한소희는 "호텔 로비부터 시작해 계단, 엘리베이터, 복도, 문 앞, 들어가서 최무진(박희순 분)과 싸우는 것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이전에는 감정이 배제된 채로 사람을 죽여야지만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었다면, 이 장면은 정말 복수의 대상을 죽이러 가는 과정이어서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5부서 등장한 폐차장 장면에 대해서는 "크로마키"라며 "크로마키로 촬영한 후에 실제 폐차장에 가서 촬영했다. 위험한 건 없었다. 필도(안보현 분) 오빠가 찌그러져 있는 차 안에서 크로마키를 찍었어야 해서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 첫 촬영 장면이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이었다는 한소희. 그는 "이 장면은 테이크를 많이 갔다. 나와 감독님의 첫 호흡이기 때문에 감독님도 어떻게 디렉팅을 해야 할지 시간이 필요했고, 나도 어떻게 마음가짐을 끌고 갈지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첫 촬영이 있기 전부터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갔는데, 오히려 큰 시퀀스를 덜어내고 나니 지우에게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복수의 시작과도 같은 장면을 첫날 찍지 않았나. 이 마음 가짐으로 끝까지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흐트러질 것 같을 때마다 첫 촬영을 상기시키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저는 캐릭터에서 쉽게 빠져나오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할 때는 한소희를 비워내고 캐릭터를 옷 입듯이 입지만, 촬영이 끝나면 옷을 빨리 벗고 한소희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작품 전체를 생각하기보다 촬영하는 그 장면 장면에만 집중하며 연기를 한다는 한소희. 그는"후반에 이렇게 되니 앞에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는 계산을 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내게 항상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지우의 입장에서 말고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고, 촬영할수록 집중할 수 있는 농도가 짙어진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안보현과의 로맨스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8부에는 필도와 베드신이 담기기도. 한소희는 "베드신이 있다는 걸 촬영하는 도중에 알았다. 처음에는 나 역시 괜찮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지우의 복수라는 목적에 방해 요소가 되는 거 아닐까 싶었다"며 "난 필도와의 베드신을 지우가 유일하게 사람이었던, 인간의 감정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던 장면으로 해석했다. 사랑이나 애정으로 펼쳐졌다기보단 처음으로 인간다워진 순간이라 생각하고 사람처럼 살고 싶게끔 했던 뭔가의 장치였을 뿐이라고 여겼다. 신념을 무너뜨리는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 대해서는 "시즌2 하면 죽을 것 같다"고 웃으며 "시즌2는 뭘 보여드려야 할지, 초능력이라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액션물 하라고 하면 하고 싶기도 하고,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JTBC '부부의 세계'(2020) 불륜녀 여다경부터 JTBC '알고있지만'(2021) 미대생 유나비, '마이 네임' 언더커버 경찰 지우까지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그만의 이유가 있을까.
"연기하면서 늘 한계에 부딪혔던 것 같아요. 그 한계를 새로운 모습으로 극복하려 했던 것 같고요. 도전이자 저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계기였죠. 저 자신에게 미션을 내리는 것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앞서 '마이 네임' 제작발표회에서 박희순은 한소희가 근육량으로만 10kg를 증량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바 있다. 이에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 찍을 때 몸무게가 44kg 정도 나갔다"며 "액션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니 배도 많이 고프더라. 먹고싶은거 다 먹었더니 '마이 네임' 촬영 직전에는 53~54kg 까지 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박희순 선배가 근육량으로만 늘렸다고 말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지방이 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래야지만 버틸 수 있는 몸 상태라 증량하기로 마음먹기보단 자연스럽게 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소희는 '마이 네임'에서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연기해 '예쁨을 벗어뎐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에 한소희는 "민낯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화장은 하지 않겠다고 한 건 나의 생각이었다. 립밤이나 최소한의 것들만 바르고 촬영했고, 아예 화장하지 않은 장면도 있다"며 "지우라는 캐릭터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민낯이라기보단 날것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뭔가에 가면이 쓰인 얼굴보다는 지우의 온전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예쁜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한소희는 "외적인 부분들은 빈 껍데기라고 생각한다. 내 연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드릴 수 있을까 내 자신에게 물었을 때 예쁘게만은 아닌 것 같다. 일부로 망가지기 보단 나의 많은 면들을 보여주고 싶다. 조금 예쁘지 않을지어언정 나의 새로운 면들과 나만 알고 있는 나의 모습들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소희에게 '마이 네임'은 연기 인생에서 어떠한 작품으로 남을까. 한소희는 "내 가능성을 작게나마 뚫은 느낌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다. 좋은 욕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우로서 이제 겨우 무릎을 핀 정도인 것 같아요. 제 에너지의 원천은 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거라, 채찍질은 늘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못하면 못했다고 채찍질해도 좋고, 잘하면 잘했다면 칭찬해줘도 좋으니 앞으로 더 지켜봐 주세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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