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가 바꾼 미국 사회, 유색인종 여성의 평가는 '아직'[플랫]
[경향신문]
2017년 10월5일(현지시간).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고발한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미투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여배우들과 여직원들이 30년간 원치 않은 신체적 접촉과 성희롱 심지어는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기사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10월15일 처음으로 트위터에 “당신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면 이 트윗에 ‘미투(me too)’를 써 달라며 호소하자 단 하루만에 약 50만건의 트윗이 달렸다. 그렇게 ‘나도 성폭력의 생존자다’, ‘나도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의미의 미투운동이 시작됐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와인스타인 사건 이후 4년이 지난 2021년 미국인들은 미투운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AP통신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미투운동이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더 많은 회사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AP통신과 NORC 공공문제연구센터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5%는 ‘최근 성폭력 고발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는 미투운동이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 이들(24%)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본인의 직장 내에서 성적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이들은 31%로 2017년의 45%에 비해 비중이 감소했다.
미투운동으로 성폭력 고발에 대한 인식도 바꿔놓았다. 여론조사에 응한 1099명 중 54%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경우 더 목소리를 낼 것같다고 답했고, 58%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증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성폭력 고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바뀌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투운동의 영향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가 닿지 않았다며 한계를 지적한다. ‘미투’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는 지난 9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색인종 여성들의 경우 “충분한 변화를 겪지 못했다”고 말했다. 버크는 밀라노가 트위터에서 미투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기 10년 전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유색인종 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지지 활동을 해왔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서 “미국에선 흑인 및 히스패닉 여성들의 저임금 노동 종사 비율이 높게 나타나 이들은 권력형 성폭력에 더 취약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겐 기사에 오르내리는 할리우드발 미투운동이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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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의 미투운동 재단은 미투운동이 활성화된 지 4주년이 되는 10월15~22일을 미투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단순한 해시태그 운동을 넘어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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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NORC의 여론조사도 인종에 따라 미투운동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여성 응답자의 61%가 미투운동이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데 비해 유색인종 여성의 41%만이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는 점은 버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립여성법률센터(NWLC)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19~2020년에 개정된 법률은 대부분 성폭력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유색인종, 이민자, 장애인 등 여러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투운동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고위공직자들이 본인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길 계속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의 투쟁이 장기전으로 연장되는 모습도 여전하다. 예컨대 지난 8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최소 11명의 여성들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하자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오판”이라며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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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기자 harry@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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