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주광역시장 비서 수사 11개월째.. 능력 부족?

안경호 2021. 10. 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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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능력 부족인가, 아니면 헛심만 빼는 것인가.'

이용섭 광주시장 전·현직 수행비서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검찰이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이후 경찰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수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보강 수사 요구를 받은 지 두 달이 넘도록 A씨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관련자 진술 확보 등 보강 수사의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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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전·현직 수행비서들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6월 7일 오전 광주시청 생명농업과를 찾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시장 전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금품 제공 의혹을 받는 민간인 2명 등 4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수사 능력 부족인가, 아니면 헛심만 빼는 것인가.'

이용섭 광주시장 전·현직 수행비서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내사를 포함해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사가 뚜렷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도무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지하세월이어서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이 시장 전·현직 비서들이 지역축제 대행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업자로부터 고급 승용차와 오피스텔 등 금품을 받았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석 달간 내사한 끝에 현 수행비서 A(47·지방별정직 5급)와 전 수행비서 B(42)씨, 행사대행업체 대표 C(56)씨 등의 범죄를 인지했다. A씨와 B씨가 이 시장 취임 직후인 2018년 8~10월 C씨로부터 광주세계김치축제 대행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대형 승용차인 K9 등 금품을 받은 혐의(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를 포착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6월엔 광주시청을 압수수색하고 A씨 등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까지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사건이 순조롭게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이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이후 경찰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수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보강 수사 요구를 받은 지 두 달이 넘도록 A씨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관련자 진술 확보 등 보강 수사의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수사의 관건은 A씨 등이 축제 대행업체 선정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았다는 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찾는 것이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했지만, 수사 강도와 속도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실제 A씨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광주시 고위 간부가 대행업체 선정과 관련해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는 정황도 포착했지만 이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다. 이 간부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씨 회사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차순위 협상적격자와 협상을 하도록 돼 있는 제안요청서(공모 지침)를 무시하고 담당 직원에게 C씨 회사와 재협상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담당 직원이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를 이 간부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며 더 이상 파고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 직원이 재협상 가능 근거로 제시한 행정안전부 예규(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는 공모 지침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경찰이 담당 직원의 윗선 보고를 둘러싼 의문점 등을 면밀히 들여다봤어야 하는데 이를 놓쳤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봐주기'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장기화한 데 대해 "수사팀이 A씨 등을 신병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수사팀이 의욕만 앞세워 수사를 질질 끈다"거나, "수사 능력은 말이 아닌 결과로 입증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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