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산된 포장·배달 용기만 21억개..일회용 플라스틱 쌓여간다

편광현 2021. 10. 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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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밥집에서 2인분을 배달시켰을 때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양. 중앙포토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생산된 포장·배달 용기 무게만 11만t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용기 개수로는 약 21억개에 달하는 수준이다. 음식물 등 오염이 심해 재활용도 쉽지 않은 배달용 일회용품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단체인 녹색연합은 20일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연간 생산된 배달·포장 용기 무게가 처음으로 10만t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용기·테이크아웃 용기 생산량은 11만957t으로 집계됐다. 매일 일회용기 303t이 태어나는 셈이다.

이를 플라스틱 용기 평균 무게인 52g으로 나누면 21억개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9만2695t 생산됐던 2019년과 비교하면 19.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생활폐기물 중 플라스틱 발생량(통계청 자료)도 전년 대비 18.9% 증가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일회용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8년 5조 2628억 원, 2019년 9조 7354억 원, 2020년 17조 3336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해당 거래액의 90% 이상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거래로 집계된다. 그만큼 사람들이 배달 앱 주문에 많이 나서고, 일회용기 사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다. 올해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서 라이더들이 배달 업무를 하고 있다. 뉴스1


포장·배달은 플라스틱 규제 '예외'


정부도 최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포장·배달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생활폐기물 탈(脫)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소비자가 일회용품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쓰자는 것이다. 지난 6월엔 일회용기 두께를 1.2mm에서 1mm로 줄이고, 재활용을 보다 쉽게 하는 '용기 표준화' 정책이 본격화했다. 올해 안에 음식 배달·포장 시 일회용품 제공을 제한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두고 포장·배달 일회용품 증가세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기 표준화 정책은 재활용을 활성화할 순 있어도 생산량 자체를 크게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명시된 일회용품 제공 제한 조항도 일회용기 전체가 아니라 수저에 국한됐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수저를 제외한 일회용 그릇들은 사실상 '예외'로 남게 되는 셈이다.
지난 8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배달음식 등으로 생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뉴스1


"생산부터 책임, 법 조항도 개정해야"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배달 쓰레기 문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책임을 부과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원재활용법상 일회용품 사용 억제 규정에 포장·배달을 예외로 두는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독일에선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를 배달 용기로 의무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다. 우리나라도 보다 적극적인 플라스틱 사용 억제책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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