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러보는 그 이름, 할머니 '한창나이 선녀님'[개봉작: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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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서울 할머니였지만 만학도였고 소 대신 집안 가득 화초를 키우셨다.
이런 할머니에 대한 기록은 유골함에 함께 넣어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두꺼운 금가락지', 이 마저도 오래 된 가족 사진, '우리 할머니 서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글씨들이 적힌 수첩이 전부다.
두메산골에 가축과 함께 사는 할머니 이야기.
'세월엔 장사 없듯' 빠르게 잊혀져 가는 할머니를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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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허민녕 기자]
우리 할머니는 서울 할머니였지만 만학도였고 소 대신 집안 가득 화초를 키우셨다. 세상 가장 부지런했던 당신은 어느 새부턴 가 쇠잔해져 가며 집 안팎에서 자신의 ‘영역’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아프고 쑤시다”하니 ‘그만 하시라’해도 어떤 땐 막무가내였던 건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이해할 것도 같다.
이런 할머니에 대한 기록은 유골함에 함께 넣어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두꺼운 금가락지’, 이 마저도 오래 된 가족 사진, ‘우리 할머니 서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글씨들이 적힌 수첩이 전부다. 가끔 생각이 난다. 1년에 한번씩은 참을 수 없이 먹먹해 지기도 한다.
사람도 이름 따라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 할머니도 그렇다. 당신은 ‘주옥’ 같은 삶을 살았다고. 허나 이제 와서 말한 들 무엇하랴. 너무 늦게 철이 들었다.
두메산골에 가축과 함께 사는 할머니 이야기. 기록에 인색했던 그때 할머니들의 ‘원형’이 여기 있다. 일단 ‘귀한 기록’임은 분명하다. ‘세월엔 장사 없듯’ 빠르게 잊혀져 가는 할머니를 만나는 시간. 다큐멘터리 ‘한창나이 선녀님’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감상을 얻겠지만 나는 나지막이 불러 보았다, 우리 할머니를.
다큐 주인공 임선녀씨를 1년 넘게 철저히 관찰자적 시선에서 바라본 이는 원호연 감독이다. KBS ‘인간극장’을 발판으로 장편물 ‘강선장’ ‘선두’ 등을 내놓으며 오랜 세월 다큐멘터리만 찍어온 ‘장인 중 장인’이다. 그의 신작 ‘한창나이 선녀님’은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객들이 준 상, 보면 충분히 수긍 가고 남는다.
‘선녀’란 단어도 가만 보니 잊혀져 간다. 그럼에도 이 땅의 모든 할머니를 통칭하는 말로 이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10월20일 개봉됐으며, 러닝타임 83분, 전체관람가로 모두 함께 볼 수 있다.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뉴스엔 허민녕 m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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