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유현준, 이제는 증명이 필요한 때
전주 KCC는 올 시즌 성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대표적 팀 중 하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팀이라는 점에서 강호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3연패 뒤 2연승의 롤러코스트 행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향후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사실 지난시즌 KCC 성적은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였다. 포워드, 빅맨진이 양과 질적으로 떨어지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가드진과 정규리그 MVP로 성장한 송교창의 활약이 컸다. 거기에 높이의 부족함을 일당백으로 채워준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24‧208㎝)로 인해 포스트의 불안함을 지워내는게 가능했다.
정통센터 데이비스가 일당백으로 골밑을 지켜주고, 공수활동량이 좋은 라건아(32·199㎝)가 뒤를 받쳐주게 되자 KCC의 높이 불안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즌 중간에 데이비스가 떠나지만 않았어도 제러드 설린저(28·206cm)를 앞세운 우승팀 안양 KGC와도 충분히 해볼만했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일단 올 시즌 KCC는 최상급 1옵션 데이비스가 평범한 2옵션 라티비우스 윌리엄스(32‧200㎝)로 바뀐 것만으로도 전력이 많이 다운됐다고 할 수 있다. 노장이 많은 팀 사정상 베테랑들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팀내 주전 포인트가드 유현준(24‧178㎝)은 올 시즌 KCC 성적을 가늠할 키맨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송교창과 함께 팀을 이끄는 ‘유이’한 주전급 젊은 피이자 전창진 농구의 다양한 전술을 앞선에서 이끌고 지휘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전 감독 역시 적극적으로 유현준을 밀어주며 기 살려주기에 애쓰고 있다.
2017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KCC(삼성 양도) 유니폼을 입을 당시부터 유현준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사이즈는 작지만 듀얼가드가 대세인 상황에서 얼리 엔트리로 들어온 촉망받는 어린 퓨어 가드라는 이유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FIBA U-19 세계 남자 농구선수권 대회에서 평균 어시스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 대학 1학년 때부터 주전 포인트 가드로 뛰며 14.1득점 5리바운드 4.06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으로 불렸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을 상대로도 거침없이 지시를 하는 등 대범한 성격 역시 장점으로 꼽혔다. 그로 인해 프로에 오기 전부터 ‘제2의 김승현’으로 기대를 모았다.
유현준은 3시즌간의 적응기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KCC 야전사령관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즌을 앞두고 김지완(31·187㎝), 유병훈(31·188㎝)이라는 베테랑 가드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현준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규리그 52경기에 출전해 평균 6.3득점, 4.0어시스트, 2.1리바운드, 1.2스틸로 개인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단점으로 꼽혔던 3점슛 역시 준수한 편이었으며 자유투 또한 매우 정확했다.
때문에 시즌 전부터 유현준은 KCC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여전히 이런저런 단점이 지적되고는 있었지만 풀 시즌을 뛰어본 젊은 선수의 성장 폭은 베테랑들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인지라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반등이 기대됐다. 특별한 전력보강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유현준을 필두로 이근휘(히시게 벌드수흐·23·187cm), 곽정훈(23·187.7cm), 김동현(19·189.8cm) 등 젊은 피들의 성장은 KCC가 기대볼 만한 요소였다. 그리고 그 중심축은 단연 유현준이었다.
아쉽게도 올 시즌 스타트는 좋지 못하다. 5경기 평균 7.6득점, 3.4어시스트, 1.8리바운드로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퓨어 포인트가드 답지 않게 볼 간수가 불안했고 승부처에서의 경기운영 등에서도 안정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거기에 수비적인 부분에서의 단점도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다. 초반 KCC의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분위기가 좋지 못한 가운데 성난 팬심의 방향이 상당 부분 유현준에게로 쏠리는 이유다.
사실 갈수록 장신 가드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현준같이 작은 선수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디펜스 보강을 위한 어떤 발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무조건 신장이 좋은 쪽이 유리하고 때로는 기량에서 조금 떨어져도 사이즈로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사이즈에서 밀리는 쪽은 수비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무기가 필요하다. 단신의 대표적 무기인 스피드를 활용하거나 힘이라도 키워서 몸싸움이라도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한다. 전성기 시절 김승현은 신장이 작았음에도 스피드, 힘을 모두 갖췄기에 수비 지적 없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유현준은 두 가지 부분에서 모두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단신임에도 스피드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해 공수에서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기에 상대 스크린 플레이에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노출하며 ‘수비 센스가 떨어진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스피드는 어느 정도 타고난 것인지라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전혀 늘지 않고 있는 스크린 수비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심각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유현준은 어느 정도 실수를 해도 ‘아직 어리니까’로 덮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어느덧 그도 리그 5년차다. 경험적인 부분 역시 지난 시즌 충분히 쌓았다. 더 이상 유망주 취급만 받을 나이는 지난 것이다.
물론 시즌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기대치가 높아서 그렇지 유현준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의 비난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은 채 이를 악물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대범한 멘탈을 갖춘 선수다. 유현준이 성장해야 만이 KCC 또한 불안정한 행보를 털고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다. 이제는 증명해야 될 때다.
글 / 김종수 인터넷기자
사진 / 점프볼DB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