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처럼 부풀던 우주복, 신소재 개발해 부피 확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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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자 잘 흡수하는 붕소 이용
2㎜ 두께의 소재 만드는 게 목표
우주인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 작업할 때는 팔다리가 부푼 인형처럼 두툼한 우주복을 입는다. 우주복 안에 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부피가 커진다. 물은 냉각 효과와 함께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 입자의 중성자를 감속시켜 인체 피해를 막는다.
국내 연구진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복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중성자 차폐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가 그 주역이다. 장세규 책임연구원은 지난 8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마련한 현지 간담회에서 “2017년부터 정부 연구기관 최초로 나사와 공동 연구 협약을 맺고 미래 우주 소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2㎜ 두께로 중성자 98%를 흡수하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가 목표”라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붕소는 지구에서 중성자를 가장 잘 흡수하는 물질”이라며 “이를 나노 튜브 형태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섭씨 900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NASA는 2012년 세계 최초로 BNNT를 개발했고, 캐나다는 2014년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KIST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2015년부터 BNNT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외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올해 KIST 최초로 국방특화연구실 사업 주관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핵심은 역시 BNNT이다. 중성자 차폐는 우주복이나 우주선은 물론이고, 미사일과 초음속 전투기 같은 국방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장세규 연구원은 “BNNT는 현재 1g에 80만원으로 금보다 비싸다”며 “내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탄소나노튜브(CNT)는 탄소 원자가 벌집처럼 6각형으로 연결돼 다발을 이룬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하면서도 강도가 강한 신소재다. 자동차나 항공기에 쓰이는 탄소섬유와 비슷하지만 전기가 잘 통하는 장점이 있어 활용도가 높다. KIST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CNT를 섬유화하는 기술을 확보해 탄소섬유를 대체할 기반을 마련했다.
구본철 책임연구원은 “세계 선도 기업인 일본 도레이가 개발한 탄소섬유와 강도는 비슷하면서도 탄성은 훨씬 뛰어난 CNT 섬유를 개발했다”며 “무게 대비 전기전도도는 구리의 80% 수준까지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미 현대차와 함께 미래 수송 기기에 들어가는 모터의 구리선을 CNT 섬유로 대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 분원장은 “진흙에 볏짚을 넣으면 단단한 흙벽이 되듯 여러 물질이 결합한 복합 소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주변 기업들에 첨단 분석 장치를 제공해 복합 소재 상용화를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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