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 4년 반만에 '외교 변방' 전락했다
이미숙 논설위원
팬데믹 이후 합종연횡 본격화
쿼드 이어 오커스 동맹도 출범
美 대 中 아시아 그레이트 게임
文은 北에 집착하며 친중·반일
10년 내 중국권 편입 관측 불러
다음 정부가 전면 시정 나서야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일상으로의 복귀 움직임이 세계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본격화하면서 세계 질서 재편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중심 전략을 가속화하면서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이어 3개국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시켰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의 족쇄에서 벗어난 영국은 오커스 참여를 통해 재빠르게 인·태 지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질서의 틀을 짰던 미국이 영국·호주·일본 등과 의기투합해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는 아시아판 ‘그레이트 게임’을 시작한 형국이다.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팬데믹 이후 자유 진영 핵심 국가의 합종연횡에 눈감은 채 종전선언에만 매달리며 대한민국을 외톨이 국가로 만들고 있다. 미국의 쿼드 초청에 대해 문 정부 인사들은 “특정국을 배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는 식으로 한사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쿼드는 안보 차원의 대중 견제 성격이 강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 출범 후 쿼드를 인공지능·반도체·기후변화 등 비안보 분야 협력으로 전환 중임에도 요지부동이다.
문 정부가 팬데믹 이후 국제 흐름에 둔감한 원인은 첫째, 문 대통령의 모든 관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에 쏠려 있어서다. 둘째, 북한을 끌어내는 데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중국에 맞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인·태 전략이 미국의 새 아시아 전략이 된 것에 대한 생리적 거부감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집착이 대중 의존증을 낳고, 대일 혐오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 불신으로 이어져 팬데믹 이후 한국의 변방국 전락을 가속화시키는 셈이다.
반면 한국보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고, 한때 중국에 더 밀착했던 호주는 정반대 길을 갔다. 2018년 8월 집권한 자유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우한(武漢) 발 코로나 이후 먹고사는 문제보다 살고 죽는 문제를 우선시해 화웨이의 5세대(G) 이동통신망 사업 및 일대일로 합의를 백지화했다. 코로나 기원 조사 필요성을 제기해 중국으로부터 거센 무역 보복을 당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쿼드를 통해 발언권을 강화하며 오커스 동맹 구상으로 미국을 설득하자 백악관은 비핵국가인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결단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팬데믹 이후 세계 질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호주처럼 안보 최우선 전략을 견지해야 한다. 안보 기반을 흔들 종전선언에 집착하며 미국의 동의를 재촉하기에 앞서 한·미 간 인·태 공조 방안부터 만들어야 한다. 호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확대한 ‘더 나은 세계재건(B3W)’을 콘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어젠다로 관철시키며 대미 공조를 강화했다. 한국도 호주처럼 G7 옵서버국으로 초대받았지만, 문 대통령은 G7 정상들과 찍은 사진으로 한국의 국격 상승을 자랑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한 인터뷰에서 “호주는 댄스파티 한가운데서 춤을 추는데 한국은 가장자리에 앉은 채 수줍어하는 소녀 같다”고 했겠는가.
인·태 전략의 기원이 어떻든 미국은 인·태 중심으로 21세기 안보 전략을 짜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쿼드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에서는 일본과 대만, 인도의 오커스 참여설도 제기된다. 그러나 어디서도 한국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문 정부 4년 반 만에 아시아 변방국으로 치부되며 잊힌 듯하다. “2030년대 한국과 싱가포르는 중국 쪽으로 편입된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영국과 프랑스 동참으로 쿼드 플러스가 출범하고 오커스가 확대되면 그레이트 게임은 자유 진영 대 중국의 전략 경쟁으로 전면화한다. 중국 압박을 영·미 동맹으로 돌파한 호주, “등 뒤에서 칼 맞았다”고 하면서도 쿼드 참여를 저울질하는 프랑스처럼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북한만 바라보며 중국에 매달리는 ‘자폐적 외교’를 고수한다. 다음 정부는 이를 시정해야 한다. 내년 3월 대선은 이를 위한 국민 결단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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