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수라의 길' 김오수의 시험

김충남 기자 2021. 10.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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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0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사건 수사에 나섰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검 국정감사에서 "수사를 일부러 뭉갠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불신은 걷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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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차장

지난 2007년 10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사건 수사에 나섰다.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신 씨의 변호인은 안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안절부절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총장의 수사 스타일이 저돌적이고, 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 전 실장의 혐의 중 많은 부분이 무죄가 선고되긴 했어도, 당시 변 전 실장과 신 씨 모두 구속되면서 ‘특수통 김오수’의 진가가 세상에 알려졌다.

2009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수라(修羅)의 길이 검사들의 숙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이라는 야당 등의 비판이 거셌다. 김 총장은 그러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던 수사팀의 굳은 의지가 안타까운 상황 속에 조금은 아쉬운 결과로 막을 내리고 있다”며 “수사팀이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실은 검찰 가족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총장이 인용한 같은 제목의 최재경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신문 칼럼엔 “검사들은 늘 도검(刀劍)이 난무하는 전쟁터, 소위 ‘아수라장’을 끝없이 배회하는 수라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12년여가 흘러 김 총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의 최종 지휘권자로서 도검을 차고 전장에 섰다.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여야, 신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추상같은 지시를 했다. 하지만 성남시청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부실수사 논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윗선’에서 멈춘 듯한 꼬리 자르기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당하고 있다. 성남시 고문 변호사 전력이 드러나며 야당으로부터 수사 지휘를 회피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검 국정감사에서 “수사를 일부러 뭉갠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불신은 걷히지 않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총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법무차관으로서 3명의 장관을 보좌하며 검찰개혁 코드를 맞췄고, 장관 대행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열심히 받아 적는 ‘받아쓰기 검사’라는 조롱도 당했다. 윗사람의 눈치를 잘 살펴 ‘처세의 달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취임 뒤 지난 4개월여 행보도 이런 평가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검찰총장으로서 다시 수라의 길을 마주한 김 총장이 살길은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뿐이다. 정권 교체기 총장으로서 임기에 연연하거나 정치적 고려를 하는 순간 평생 불명예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물증과 진술이 나온다면 여당 대선 후보라도 기소를 주저해선 안 된다. 머뭇거리는 순간 바로 특검이라는 거대한 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부패와 비리 수사에 관한 한 김오수의 잘 벼린 칼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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