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한의학 처방의 과학적 재발견

2021. 10. 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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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침·뜸과 더불어 한의학의 주요 치료 수단 중 하나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증상에 따라 한 가지 이상의 약재를 배합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방제(方劑)'라 한다.

과거 한의학 처방지식이 고유 치료이론의 변화와 임상적 기록의 축적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현대의 한약과 그 활용지식은 실험을 통한 과학적 기전 규명 및 임상적 효능 검증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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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침·뜸과 더불어 한의학의 주요 치료 수단 중 하나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증상에 따라 한 가지 이상의 약재를 배합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방제(方劑)’라 한다. 이른바 처방(處方)이다. 한의학이 전승돼온 수천년간 한의학 처방은 질병에 대한 인식이 넓어짐에 따라 비례해 증가했다. 새롭게 인식된 질병에 대해 기존 처방을 변용하거나 질병에 맞게 새로이 고안하는 것이다.

처방서적의 ‘원조’인 후한(後漢)시대 장중경의 ‘상한론(傷寒論)’ 및 ‘금궤요략(金 要略)’에 375종의 처방이 기록된 것을 시작으로, 당대(唐代)의 손사막의 ‘천금방(千金方)’에서는 5300종으로 증가했으며, 명대(明代)의 주숙의 ‘보제방(普濟方)’에서는 6만1739종의 방제가 수록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 4000여종의 처방이 수재돼 있다.

이처럼 증가한 방제의 수는 한의학의 질병·치료이론의 발전과 임상적 경험의 축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사상의학’ 또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사례 중 하나다. 조선 말 이제마는 사람에 따라 타고난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저작인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체질에 따라 기존 처방을 재분류하고, 동시에 약재의 구성과 용량을 변경해 체질별 질환에 맞는 처방을 새롭게 제시했다.

과거 한의학 처방지식이 고유 치료이론의 변화와 임상적 기록의 축적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현대의 한약과 그 활용지식은 실험을 통한 과학적 기전 규명 및 임상적 효능 검증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실험적 효능을 근거로 처방을 재구성하거나 기존 처방에서 새로운 약효를 발굴함으로써 현대의 만성·난치성 질환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도 그중 하나다.

필자가 속한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치매연구팀에서는 기존 한약제제 가운데 소화 기능 개선의 목적으로 처방되는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해 관련 기전 및 효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험적 효능 근거를 통해 기존 처방의 새로운 적용 질환을 찾은 것이다.

연구팀에서는 복합적인 발병 원인을 가지고 있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처방을 찾기 위해 개별 한약재의 신경염증 억제 효능, 신경세포 보호 및 증식 효능, 에너지대사 활성화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했다. 수많은 처방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 대신 처방의 구성이 되는 주요 약재들의 생물학적 활성을 평가하고, 최적의 약물을 재조합해 이와 가장 유사한 처방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찾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선별된 인삼(人蔘), 반하(半夏), 황련(黃連)을 포함한 반하사심탕을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자문을 거쳐 인지 기능 개선 후보 한약제제로 발굴할 수 있었으며, 현재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을 거쳐 현재 인지 기능 개선 효과 확인을 위한 허가용 2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오랜 기간 한의학 처방지식이 역사적 의가(醫家)들에 의해 축적되고 발전돼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한의학 처방의 의학적 가치가 과학적 도구를 통해 재조명돼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광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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