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四色] 권위에 순종하는 집단

입력 2021. 10. 20. 11:34 수정 2021. 10. 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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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대선을 향한 경주가 흥미롭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후보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경선후보와 홍준표 경선후보가 2강 체제를 이루며 지역순회 토론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경선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상대 당 공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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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은 그의 모든 기획에서 비판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 또한 이성은 자기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서는,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을 떠안지 않고서는 어떠한 금지에 의해서도 비판의 자유를 훼손할 수가 없다. 무릇 효용의 면에서 제아무리 중요하고, 제아무리 신성하다고 해도 개인의 체면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 시험하고 검사하는 탐색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성의 존재조차도 이 자유 위에 근거하는 것이다.(칸트 ‘순수이성비판’ 논쟁적 사용과 관련한 순수이성의 훈육 일부)

내년 3월 대선을 향한 경주가 흥미롭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후보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경선후보와 홍준표 경선후보가 2강 체제를 이루며 지역순회 토론회를 하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후보들이 아니고 지지자들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경선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상대 당 공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은 탄탄하다. 이런 의혹에도 이렇게 강한 지지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프로이트는 이와 관련해 아주 생생하고도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집단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잘못인가를 전혀 의심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막강한 힘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불관용적이며 권위에 순종한다. 집단은 힘을 존경하며, 친절함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집단은 친절함을 나약함의 한 형태로 간주할 뿐이다. 집단이 영웅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강한 힘이고, 심지어는 폭력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집단은 지배당하고 억압당하기를 원하며 집단의 우두머리들을 두려워하고 싶어 한다. 집단은 기본적으로 철저히 보수적이어서 모든 혁신과 진보에 대해서는 깊은 반감을 품고 전통에 대해서는 무한한 경외심을 품는다”고 그의 ‘집단심리학과 자아분석’에서 지적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집단 속의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외부의 이상이나 지도자에 대한 공통된 사랑을 지각함으로써 한 집단의 구성원이 된다. 하지만 어떻게 타인과의 동일시가 그토록 강력한 유대를 만들어낼 수가 있는가. 프로이트는 이를 ‘사랑에 빠짐’이라는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한다.

사랑의 대상은 사랑에 빠진 이가 도달할 수 없는 ‘자아 이상(ego ideal)’의 대역을 맡는다. 우리가 그 대상을 사랑하는 까닭은 우리 자신의 자아가 도달하려고 애쓴 완벽함을 그 대상이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만족하기 위해 이런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완벽함을 손에 넣고 싶어 한다.

집단은 동일한 대상이 그들의 자아이상의 자리를 차지한 개인들의 집합이다. 이로써 서로에게 고슴도치인 그들은 자신들의 자아 속에서 서로를 동일시하게 된다. 집단은 개개인의 자아이상이 공통의 대상에 의해 대체되는 한에서 공고히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응집력을 통해 집단은 사랑의 대상이나 자아이상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공통의 자아, 즉 ‘공통의 나’를 만들어내게 된다. 우리는 실제로 서로 사랑해서가 아니라 소유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내는 동일시를 통해 집단을 이룬다.

권력은 늘 사람들이 진실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태도에 의존한다. 오늘날 바뀐 게 있다면 사람들이 진실에 눈감는 데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대한 무지에서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지라는 거품에 자신을 가둬서는 안 된다.

‘순수이성비판’ 인용문에서 ‘이성’이라는 단어 자리에 ‘대선주자’라는 단어를 바꿔넣고 반복해서 읽기를 권해본다.

kn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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