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 편견에 굴하지 않게.."마음으로 보는 가치 알려줘요"

최준영 기자 2021. 10. 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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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유행 전인 2019년 9월 27일 대구 수성구 ‘대구 남양학교’에서 김수정(오른쪽 네 번째) 교사가 동료 교사, 제자들과 함께 천연염색 체험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김수정(오른쪽) 교사가 지난 4월 26일 몸이 불편한 제자와 함께 미술 수업을 하는 모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대구 남양학교 김수정 교사

돌발행동 잦은 특수학교 수업

인내심 갖고 참여·이해 이끌어

언제나 먼저 다가가려고 애써

언니·누나 같은 존재 되는게 꿈

같은 뜻 동료 교사들과 힘 모아

학생특성 맞춤 콘텐츠 제작도

“몸이 불편한 우리 아이들이 주위의 편견에 굴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꿈을 펼치는 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평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으로 보는 가치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열심히 알려주고 있지요.”

대구 수성구에 있는 공립특수학교 ‘대구 남양학교’ 김수정(여·30) 교사는 “이전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길에서 만난 일부 사람은 장애 아동을 보면서 ‘무섭다’는 반응과 함께 꺼리는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사는 대학생 시절 일반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하던 중 한 장애 아동이 학급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장애 아동은 교실에서 늘 혼자였고, 특수 학급에 가서는 속상함에 자주 눈물을 훔치며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안타까움을 느꼈던 김 교사는 이 아동을 따로 불러 “물론 괴롭힌 아이들이 잘못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저 아이들의 생각은 그런가 보다 하고 담담히 넘길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따뜻하게 조언을 건넸다. 당장 장애 아동의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는 아동이 혼자 속상해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김 교사는 회상했다.

김 교사는 장애 아동이 문제 행동을 보일 때 무조건 혼내고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와 친해지려 노력하며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알려줬을 때 상황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강하게 혼내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주눅 들거나 오히려 더 과장된 행동을 하는 일이 많다”며 “특히 교사와 아이의 관계가 틀어질 우려도 있기에 당장 문제 행동을 교정하려 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엇이 중요한지 그 가치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제자들이 신변 처리조차 스스로 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특수학교 교사로서 인내심을 갖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일화를 전했다. 수업 중간에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을 다녀오는 상황도 빈번해 수업을 계획했던 대로 마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수학교 교사는 준비한 것들을 다 해내는 능력 못지않게 아이들이 수업에 재미있게 참여하며 핵심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래서 준비한 것들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교사가 늘 열정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료 교사들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장애가 있는 아동들의 특성상 때때로 힘을 주체하지 못한 탓에 장난을 걸다가 김 교사를 다치게 하거나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게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열정 넘치는 동료 교사들이 서로 롤 모델이 되며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김 교사는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교사들 모두가 어떻게 하면 단 한 명의 학생도 학업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현장에서 함께 공부해도 집중이 어려운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보다 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교사들이 수없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최근 교사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 개별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김 교사는 교편을 잡는 동안 특히 지도가 어려웠던 한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이 학생은 평소 위험한 장난을 많이 치거나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먹는 등 돌발 행동으로 김 교사의 애를 태웠다. 그러나 이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아이가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한다고 판단하고 따뜻한 관심을 표하자 아이도 마음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김 교사가 먼저 말을 붙이면서 학생이 좋아하는 것들에 세심한 관심을 보이자 늘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던 이 아이가 어느 날 먼저 다가와 손을 잡아줬다. 그때 느꼈던 잔잔한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김 교사는 설명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권위만 내세우는 교사보다는 친근하게 장난도 치고 편하게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언니나 누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훗날 아이들이 저와 함께 한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는 기억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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