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 직면한 브레이어 대법관, 존재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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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보 진영으로부터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스티븐 브레이어(82) 연방대법관이 모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미 언론은 이번 판결이 요즘 진보 진영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브레이어 대법관에 의해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 때문에 올해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 진보 진영은 80세를 넘긴 브레이어 대법관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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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은 환영.. 트럼프 지지자들 반발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메인주 보건 종사자가 종교적 신념을 들어 백신을 맞지 않겠다며 제기한 긴급 상고를 기각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대법원장·대법관 9명 전원이 참여해 심리하는 대신 메인주를 관할하는 대법관 1명이 신속히 처리하는데 그 역할을 브레이어 대법관이 맡은 것이다. 메인주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는 오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결정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다만 브레이어 대법관은 긴급 상고를 기각하면서도 원고가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고 외신은 전했다. 원고가 또 같은 소송을 내면 그땐 대법관 9명 전원이 심리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및 보수 진영은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반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 언론은 이번 판결이 요즘 진보 진영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브레이어 대법관에 의해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1994년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법관으로 임명돼 28년째 대법원을 지키고 있는 브레이어 대법관은 올해 82세다. 미 대법원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보수 색채가 짙어져 현재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브레이어와 소니아 소토마요르(67), 엘리나 케이건(61) 3명뿐이다. 가끔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들 진보 대법관과 뜻을 같이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표결에서 보수가 6대3, 혹은 5대4로 늘 진보를 이기는 구조다.
진보 진영은 지난해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을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하고 있다. 건강이 나빴던 긴즈버그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스스로 은퇴했다면 그 후임으로 진보 성향의 젊은 법조인이 임명돼 대법원의 이념적 균형을 잡았을텐데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긴즈버그가 별세하자 불과 1개월 만에 ‘초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49)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대법관에 발탁했고, 이는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가 확고해지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브레이어 대법관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법관 임기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현행 종신제를 계속 존중할 것임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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