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아니었으면 연차 냈어야"..돌봄·급식 파업에 학부모 '근심'

장지훈 기자 2021. 10. 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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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이용 못해 학원 조기 등원..높아진 밀집도에 걱정도
교원 대체 투입 준비했지만 '위법' 문제제기로 차질 빚어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맞벌이 엄마들은 돌봄교실이 있어서 직장생활할 수 있는 건데 파업한다고 하니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죠. 돌봄 때문에 머리 싸맨 사람들 많을 거예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 20일 서울 강서구 A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파업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갑자기 아이들 돌봐줄 곳 찾아야하는 엄마들은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 등이 연대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동참하면서 이날 돌봄과 급식 등 분야에서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A초등학교 등굣길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특히 돌봄 파업에 대한 불편을 나타냈다. 이 학교는 원래 돌봄교실 3개를 운영했으나 돌봄전담사 일부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이날 1개로 축소해 통합운영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돌봄이 꼭 필요한 학부모에 대해서만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양해를 구한 상황이다.

2학년 자녀를 바래다 준 40대 학부모 김모씨는 "(아이가) 원래는 오후 4시까지 돌봄교실에 있다가 태권도학원에 가는데 이날은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어서 학원에서 오후 1시에 아이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학원에서 양해해주지 않았으면 직장에 연차를 내야 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교실이 기존 3곳에서 1곳으로 축소돼 통합 운영되는 데 따른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녀 2명을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는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을 따로 맡길 곳이 없어서 이날도 돌봄교실에 보낼 예정"이라면서도 "한 교실에서 돌봄받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코로나19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마스크 잘 쓰고 있으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A초등학교는 학비연대 파업이 확정된 이후 교원 가운데 신청을 받아 대체 인력을 투입해 돌봄교실을 정상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전날 파업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돌봄과 교육활동이 차질을 빚는 일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학비연대 측이 파업(쟁의행위) 기간 대체 인력 투입은 노동조합법 위반 사항임을 지적하면서 학교 현장에 공문으로 대체 인력 투입을 금지할 것을 요청하면서 돌봄교실을 축소해 운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A초등학교 교장은 "파업으로 인한 학부모 불편을 우려한 교사들 중에 돌봄 업무를 자처한 경우가 많아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어려워 축소 운영을 결정했다"며 "피해가 결국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봄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날 돌봄교실을 이용해 줄 것을 요청드렸고 인근 지역사회 돌봄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일부는 다른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현장이 파업과 관련해 불편을 드리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학비연대는 이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6만여명 가운데 2만여명,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4만여명 가운데 1만5000여명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국여성노조 조합원까지 더하면 최대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2019년 7월 사흘간 진행된 총파업 때는 일일 기준으로 첫날 2만2000여명이 참여한 게 최다치였다.

돌봄 관련 전국 총파업은 지난해 11월6일에도 진행된 바 있다.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전체 초등학교 5998곳 가운데 파업에 참여한 돌봄전담사가 있는 곳은 2696곳으로 전체의 44.9%에 달했다. 돌봄교실 수로 놓고 보면 전국 1만2211개 교실 가운데 4231곳(34.6%)이 운영되지 못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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