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백차장' 김경민 "벌써 데뷔 22년차, 늘 연기가 우선이죠" [인터뷰]
[스포츠경향]
배우 김경민은 작품에 현실감을 더한다. 힘 있는 목소리, 현실에서 볼 법한 표정 연기로 캐릭터에 스며든다. 드라마가 백조라면 김경민은 백조의 발이다.
드라마 tvN ‘빈센조’의 ‘노조 위원장’, SBS ‘펜트하우스3’의 ‘청아그룹 투자자’ 그리고 ‘좋소좋소 중소기업’(이하 ‘좋좋소’) ‘백진상’까지. 브라운관, 유튜브, 스크린 등 어디서든 존재감을 발휘하는 그는 올해 출연한 작품만 8편 이상이다.
김경민은 1998년 연기에 입문한 뒤 2000년에 데뷔했다. 소처럼 일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다작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22년 차 배우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 14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좋좋소’ 출연 계기, 자신의 연기 인생, 앞으로의 계획 등을 공개했다.
■“‘좋좋소’로 현실 이야기 그려냈죠”
‘좋좋소’는 한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담은 블랙 코미디로 사회 초년생 ‘조충범’(남현우)이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경민이 맡은 정승네트워크 차장 ‘백진상’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 인정받으면서도, 본인의 생각을 굽히지 않아 꼰대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사소한 이유로 고나리질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 직원에게 업무 테스트를 시키기도 한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해 실제 직장인이냐는 의심도 받았단다.
“회사원이 꿈인 시절도 있었지만,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곤 곧바로 접었어요. 연기로 길을 정하고 나서 꾸준히 이쪽에만 발 담갔기 때문에 회사 경험이 아예 없어요. 백진상을 연기할 때는 군대 시절 조직 문화를 잠시 떠올렸던 것 같아요”
김경민이 ‘좋좋소’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건 과거 한 대학 영화과 작품에 참여하면서다. 이때 출연했던 영화 ‘프란시스 밀실’ 카메라 감독이 ‘좋좋소’ 촬영 감독이었다. “제안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합류할 수 있냐”는 그의 연락에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고 백진상을 연기하게 됐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좋좋소’를 통해서 현실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사실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가 합쳐져 ‘현실 고증’ 드라마가 탄생한 것 같아요. 백진상에 대한 격분의 댓글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제 바람대로 많은 시청자분이 캐릭터에 몰입해줘서 ‘선방했구나’ 싶었어요.
배우들의 톡톡 튀는 애드리브도 ‘좋좋소’의 인기 요인이다. 사실감 넘치는 장면을 만든 만큼 현장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한몫했다.
“9회 마지막에 나오는 ‘이과장’(이문식)의 애드리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조충범이 백진상에게 압존법을 쓰라고 잔소리를 들은 뒤 이과장을 찾아가 질문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과장이 한참 고민한 뒤 ‘(압존법) 해주세요’라고 말하죠. 그리고 백진상을 두고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라고 덧붙이는데, 이게 애드리브였어요. 이 대사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저런 대사가 즉흥적으로 떠오르지?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라고 생각했죠 (웃음)”
■“연극은 재밌는 놀이터, 언젠가는 다시 연극 하고파”
김경민의 대학 4년은 연기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신문방송학과 학생이었지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연극 무대에 뛰어들었다. 학부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그.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은 없을까.
“학부 때 연기를 전공했다면 1학년 때부터 기본을 다졌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연기는 강의실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올리고 동료들과 연습하면서 알아가는 것들이요. 그래서 연기를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연극이라는 재밌는 놀이터에서 현장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죠. 언젠가는 다시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김경민은 연극에서 브라운관으로 점차 활동 범주를 넓혀나갔다. 모든 매체를 섭렵한 그이지만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았다. 넓어진 연기 무대만큼 공연 연기와 매체 연기의 차이도 피부로 와닿는다.
“연극은 모든 배우가 한 무대에 올라서 연기를 해요. 대사가 없더라도 극의 몰입을 위해 비언어적 연기를 하죠. 반면 드라마는 씬에 출연하는 배우만 카메라에 담으니 주변 환경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또 연극에서는 관객석 뒤편까지 대사가 들리도록 목소리를 크게 하고, 발음을 더 명확하게 하는데, 드라마는 마이크가 있으니 조곤조곤 이야기해도 되더라고요”
오랜 연극으로 내공이 쌓여서일까. 김경민은 극에 잠깐 등장해도 대중들에게 잘 각인된다. 최근에는 출연했던 드라마의 클립마다 ‘백차장님 열심히 사셨다’, ‘김경민 배우 필모가 탄탄하시다’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연극 ‘짬밥’이 어디 안 가더라고요. 연극 무대 앞에는 관객이 있고 배우들은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를 전달해야 하죠. 드라마를 할 때도 연극을 준비하듯 대본을 분석하고, 완벽하게 외워요. 대사가 입에 붙고 툭 쳐서 나올 때까지 연습하죠. 그러면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도 상황에 맞춰서 연기할 수 있어요”
■“요즈음 바람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
김경민의 목표는 영화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해빙’ 등에 출연 한 바 있지만 드라마 단역보다 비중이 작았다. 이제는 신스틸러로 스크린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게 소망이다.
“영화는 대본이 다 완성된 상태에서 촬영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배우가 맡은 배역이나 대사를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어요. 준비를 탄탄히 해서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영화가 목표인 그가 도전하고픈 배역은 ‘현장을 누비는 역할’이다. 사람이 매일 옷을 바꿔입듯 다양한 배역을 맡고 싶다고.
“정장을 입지 않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드라마를 하면서 회장, 비서실장 역할을 주로 맡았거든요. 비슷한 배역을 여러 번 한다는 건 양날의 검이에요. 전문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연기 스펙트럼에 제약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죠. 젊은 회장 역할로 캐스팅 제의가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드라마 ‘라이프’에서는 기업 회장 역이었죠. 요새는 격식 차리지 않는 배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자유로운 영혼의 캐릭터도 좋을 것 같아요”
1시간의 대화 끝에 바라본 김경민은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겸손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배우였다. 맡은 캐릭터마다 정성을 다한다는 말에서 그가 오랜 시간 연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연기에 대한 애정임을 알 수 있었다.
“저보다는 제 연기가 조명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를 따로 드러내지는 않았죠. 사람 김경민보다는 김경민의 연기가 우선이길 바라요. 많은 분이 백진상 역에 애정을 가져주신 만큼 시즌4에서는 더 좋은 연기로 돌아올게요”
이재은 기자 rheel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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