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역린' 전세대출..일단 건드리지 않겠다?
정부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는 변함 없어
실수요자들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일부 시각도
민심의 '역린'인 전세대출은 일단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4분기에 한해 적용하는 한시적 조치인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실수요자들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9일 뉴시스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주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단 이번 대책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전세자금 대출은 금융위가 "서민층 실수요자의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올 4분기 중 취급되는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식화하며, 급한 불은 꺼졌다.
전날 일부 은행들은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시작했고, 신한은행도 5000억원이었던 대출모집인 한도를 이날부터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전세대출 한도를 별도로 추가 배정해 실수요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운영키로 했다.
단 은행권은 오는 27일부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진행 중인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전 은행권에 확대키로 했다. 전세대출 갱신을 통해 여유자금을 마련하고 주식투자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전세자금 대출 신청 가능한 시점도 전세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가능토록 바뀐다. 현재는 입주일과 주민등록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면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4분기부터 취급하는 신규대출은 총량규제에서 제외된다"며 "하지만 잔금일 이후로는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능해지고, 대출한도도 전셋값 증가분만큼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 총량규제로 인해 실수요 대출까지 다 막혀버리니 꼭 필요한 이들에 한해 어느 정도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전세자금 대출을 규제에서 제외하면서 생기는 여유 증가분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올 하반기 이후다. 금융당국의 조치로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일부 트였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내년 이후까지로 확대하며 강도 높은 관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이번 대책은 연말까지의 계획"이라며 "내년에 어떻게 추진할지는 향후 또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를 전면적으로 수정되지 않는 한, 실수요자들을 포함한 대출자들은 올 하반기 이후 더 큰 어려움이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세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빼는 대신,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제외한 다른 대출을 최대한 틀어막을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관리는 내년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데, 앞으로는 연초부터 강도높게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는 일부 은행들이 연말 전에 목표치를 넘기더라도 지금처럼 여론이 들끓으면 좀 더 여유를 주곤 했지만, 내년부터는 아예 연간 목표치를 월별로 나눠 관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금은 가계부채 증가 목표치를 연간 6%대로 관리했다면, 이를 월별로 0.5%씩 나눠 관리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연간으로 6%대라는 숫자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주로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가 연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면, 월별로 나눠 관리하게 되면 1년 내내 가계부채를 조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저승사자라고 불릴 만큼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며 "올해 어느정도 여유를 준 만큼 내년에는 연초부터 타이트하게 몰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조만간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등의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키로 했던 차주별 DSR 규제 시기를 앞당기고, 2금융권에도 제1금융권과 동일하게 DSR 40%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차주별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은 60%가 적용된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DSR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또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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