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파업에 도심 차벽 등장..출근길 혼란겪은 시민들 "민폐"

2021. 10. 20. 10: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전 광화문·시청 주변 출근길 혼잡
차벽 피해 버스 도로 한가운데 정차
"정거장 하나 지나는 데 20분 걸려" 분통
노조 소속 택시기사도 "나도 납득 못한다"
경찰, 서울에 171개 부대 동원..경비 최고 수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선 20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 인근 횡단보도에 세워진 경찰버스들을 지나며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김영철·김희량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를 강행함에 따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우려했던 출근길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이 불법집회 가능성에 대비해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십(十)자 차벽’을 설치하면서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규모 불법집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불을 당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팽배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주변 버스 정류장 앞. 버스가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서면 승객들이 차선 하나를 이동해 버스를 타고 내리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버스가 오는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한 시민들이 연신 도로로 나가 고개를 내미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연출됐다. 세종대로사거리를 따라 늘어져 차벽을 형성한 경찰버스들 때문에 버스들이 끝차선에 접근하지 못하면서다.

출근 중이던 김모(27) 씨는 “광화문역에서 평창동 회사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 버스를 1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가까운 거리인데도 도로가 경찰 차벽들로 에워싸여 있어 (오전)9시 정각에야 도착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의 민주노총 집회 대비 여파로 일부 교통 체증이 유발되면서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부암동에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오늘 정거장 하나를 지나는데 20분 넘게 걸렸다. 시민들에게 이렇게 민폐를 끼치면서 긍정적인 여론을 바라는 태도가 우습기까지 하다”고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시청역 출구 밖을 나서던 70대 A씨는 “길이 계속 막히니까 버스에 탄 사람들이 중간에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탔다”며 “경찰이 경찰버스, 경찰차를 길가에 주차시켜 길을 막는 통에 개미새끼도 못 들어가겠다. 너무 불편하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40대 용달차 기사 박모 씨는 “오전 8시50분께 광화문 쪽에 와서 교보타워 뒤로 이동하려는데 경찰 통제로 길이 막혔다. 종각 사거리까지 한참 돌다가 9시 반쯤에나 내렸다”며 “민주노총 총파업 때문에 아침부터 주차 자리를 찾느라 고생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파업과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민주노총을 질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다는 강모(29) 씨는 “퇴근길에 상황이 심해져 지하철, 버스가 마비될 까봐 두렵다”며 “이번주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는데, 또 이렇게 모여서 확진자가 많아지고 (사회적)거리두기까지 연장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60대 택시기사 B씨는 “나도 민주노총 소속이지만 오늘 파업은 납득이 안 된다. 시민 호응이 있어야 성공하는 건데, 시민들이 이번 파업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에 전체 조합원 110만명의 절반인 약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집회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서울에는 171개 경찰부대를 동원했다.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십자’ 형태의 차벽을 설치하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에 검문소를 운영하는 등 운집 규모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상설부대를 서울로 총동원하는 등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고, 경비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철폐,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이날 총파업에 전체 조합원 110만명의 절반 수준인 약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가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조,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등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전국 14곳에서 집회 형식의 파업대회도 개최한다. 총파업 참여 인원 50만명 중 약 8만명이 파업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권 집회에는 3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spa@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hop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