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詩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종교 넘어서는 휴식 얻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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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시인이 지난 2010년 44세에 머리를 깎고 출가할 때 박범신 작가는 엽서에 이런 글을 써서 보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차 시인은 동명(東明) 스님(사진)이란 이름으로 시·산문집을 들고 나왔다.
동명 스님은 서산대사로 더 알려진 휴정 선사의 출가시를 통해 자신이 불문(佛門)에 들었던 때를 반추한다.
속가에서 이름난 시인이었던 동명 스님은 선시와 일반 시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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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출가한 차창룡 시인
동명스님으로 시·산문집 펴내
“불자에겐 마음의 여유도 실력”
차창룡 시인이 지난 2010년 44세에 머리를 깎고 출가할 때 박범신 작가는 엽서에 이런 글을 써서 보냈다. “내가 오래전부터 꿈꾸던 세계를 당신이 먼저 가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차 시인은 동명(東明) 스님(사진)이란 이름으로 시·산문집을 들고 나왔다. 조계종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제목은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 태고보우, 진각혜심, 청허휴정, 사명유정 등 한국 불교사를 빛낸 선사(禪師) 32명의 선시(禪詩)를 읽으며 삶의 길을 성찰한 내용을 담았다.
“앞서간 분들이 남긴 선시를 통해 제가 가야 할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동명 스님은 서산대사로 더 알려진 휴정 선사의 출가시를 통해 자신이 불문(佛門)에 들었던 때를 반추한다. ‘화개동에서 오히려 꽃이 지고(花開洞裏花猶落)/ 청학 둥지에 학이 돌아오지 않네(靑鶴巢邊鶴不還)/ 잘 가거라 홍류교 아래 붉게 흐르는 물아(珍重紅流橋下水)/ 그대는 푸른 바다로 나는 산으로 돌아가리(汝歸滄海我歸山).’
동명 스님은 고교 때부터 법정, 정다운, 향봉 스님 등의 산문집을 읽으며 부처님의 말씀에 매혹됐다. 그러나 세속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하다가 불혹이 넘어서 ‘산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속가에서 이름난 시인이었던 동명 스님은 선시와 일반 시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는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고, 선시는 수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이죠. 선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종교를 넘어서 마음의 휴식을 얻게 해 줍니다.”
그가 선사들의 선시에서 발견한 으뜸의 지혜는 ‘여유’다. 고려 때 태고보우 스님은 ‘저 물결 위 흰 갈매기의 한가로움 웃는다(笑他波上白鷗閑)’고 했다. 국사(國師)로서 분망하기 짝이 없었는데도 유유히 날아가는 갈매기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을 소망한 것이다.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잘하려고 하면 번뇌가 많아집니다. 잘하고 싶으면 평소에 실력을 연마해 자연스럽게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요.”
스님은 반드시 깨치겠다는 결의를 버렸다고 했다. 시절 인연을 기다리며, 빨리 되기를 바라지 않고 될 때까지 끈기 있게 수행하고 싶다는 것이다. “불자(佛子)에겐 마음의 여유도 실력입니다.”
스님은 출가 이후 속가의 인연을 끊었다. 학교 친구, 문단 동료들이 찾아와도 만나지 않았다. 이제는 구애받지 않고 만난다고 했다.
그는 세속과 불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마음을 사명대사(유정)의 선시에서 찾았다. 사명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참전한 후 스스로 ‘엉뚱한 짓’이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세간은 다 취했건만 홀로 깨어 있도다(世間皆醉獨醒人)’라는 구절을 통해 세상의 현실을 돌보는 것이 부처의 길임을 깨닫게 해준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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