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주택자와의 전쟁'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김송이 기자 2021. 10.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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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 기자

이달 초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다주택자들의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 쇼핑’이었다. 작년 7월10일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1억 미만 아파트 거래가 직전보다 오히려 55%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사는 경우는 예외로 둔 것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 269채를 사들인 개인도 있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주택 매수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은 없는지,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에 대한 세제를 어떻게 할지 세정 당국과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과세 검토 방침을 시사하자,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규제를 하려다 또다른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규제로 생긴 부작용을 다른 규제로 막고, 그 규제가 또다른 부작용을 만드는 악순환이다.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4년 간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와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문 정부 임기 내내 다주택자는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2014년 폐지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부활시켰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인상했다.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갖고 있는 주택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을까. 결과는 매번 정부 기대와 정반대였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2채 이상 소유한 개인은 195만 9927명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 인상을 발표한 지난 7월 192만6208명보다 오히려 3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세금 강화만으로 투자 활동을 억제할 수 없음이 증명된 것이다.

다주택자 세부담은 오히려 매물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0년 7월~2021년 6월) 다주택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도 건수는 직전 1년에 비해 1만1000건(37%) 가량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은 중과 전 양도세도 과하다고 보고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아예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증여 건수도 증가 추세다.

다주택자를 잡기 위한 정부 정책이 실수요자들에게 화살로 돌아간 경우는 이밖에도 많다.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재산세를 강화하자, 급증한 세부담을 임차인들에게 떠넘기는 ‘꼼수’가 임대 시장에서 판을 치는 게 대표적이다. 투기를 막겠다고 규제지역을 확대하자, 비규제지역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다주택자와의 전쟁은 애초부터 패배가 예견됐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잘못 분석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의 투자수요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긴 어렵겠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가 꼽은 집값 급등의 더 큰 원인은 주택 공급 부족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 확대보다 다주택자 잡기에 세월을 허비했다.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아무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한탄이 나온다. 지난 4년간 28번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지만, 집값 안정은커녕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매번 발생한 탓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다주택자를 적이 아닌 공생관계로 인식하고, 다주택자의 순기능을 발휘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집을 내놓고,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정책 목록에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때려 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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