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업' 김재인, 두드리면 열리는 문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우연한 계기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김재인은 단역 시절을 거치면서 단단해졌다. 김재인에게 연기란 즐거움인 동시에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란다. 연기의 맛을 더 찾아가고 싶다는 김재인이다.
고등학교 시절 김재인은 작가를 꿈꾸던 문학소녀였다. 그는 국문과 진학을 목표로 수많은 백일장 대회에 나갔다고. 김재인은 "백일장 대회에 정말 많이 나갔는데, 전부 2등이었다. 1등만 수시 특혜를 받는 상황에서 이걸로 대학에 못 가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전했다.
김재인의 돌파구는 연기였다. 그는 "고민에 빠진 나에게 친구가 와서 '예쁜 애들은 연기 배워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 같다. 너도 일단 연기로 학교 들어간 다음에 국문과로 전과하면 되지 않냐'고 하더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포털사이트에 연기학원을 검색했고, 제일 처음 나오는 학원에 등록했다. 그렇게 3개월 배웠는데, 운이 좋게도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막상 학교에 들어가 보니 연기가 정말 재밌었다. 그렇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고 회상했다.
대학 졸업 후 꾸준히 작품의 문을 두드렸으나 잘 풀리지 않았다고. 결국 김재인은 수많은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기회를 기다렸고, 드디어 KBS2 월화드라마 '경찰수업'(극본 민정·연출 유관모)을 통해 얼굴을 알리게 됐다.
'경찰수업'은 온몸 다 바쳐 범인을 때려잡는 형사와 똑똑한 머리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해커 출신 범죄자 학생이 경찰대학교에서 교수와 제자의 신분으로 만나 공조 수사를 펼치는 좌충우돌 캠퍼스 스토리다. 김재인은 극중 유도부원으로 들어온 선호(진영)를 짝사랑하는 선배 윤나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김재인은 오디션을 통해 '경찰수업'에 캐스팅됐다. 김재인은 "1차로 비대면 영상으로 해서 간이 대본을 6개 찍어서 보냈고, 다음 달에 감독님과 대면 오디션을 했다. 그때 감독님이 캐스팅 역할 표를 주셨다. 사실 난 재경(박승연) 역을 하고 싶었다. 재경은 굳건하고 의리 있는 캐릭터인데, 나한테 잘 어울리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디션장에 갔을 때도 재경에 맞춰서 메이크업을 안 하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다. 그때 감독님이 '이렇게 역할에 맞춰서 하고 온 친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이런 모습을 잘 봐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재경 역을 준비했지만 결국 나래와 만나게 된 김재인이다. 그는 "심사위원 네 분이 만장일치로 나를 나래 역에 낙점했다. 내가 생각보다 통통 튀는 느낌이 들었고, 재경이보다는 나래와 이미지가 잘 맞을 거라고 판단하셨단다"며 "이렇게 밝은 역할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공포 영화에 출연하거나 우울한 역할을 주로 했는데, 밝은 나래를 만나 매력을 느꼈다. 최대한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일명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인 나래는 선호를 짝사랑하면서 선호와 강희(정수정)를 갈라놓기 위해 귀여운 작전을 펼치는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김재인은 "감독님과 얘기했는데, 나래는 최대한 밉지 않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욕망은 보이지만 미워 보여선 안됐다. 그냥 욕망에 충실하고 솔직한 친구로 표현해야 됐다. 여기에 맞춰서 연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나는 '금사빠'가 아니다. 그래서 나래를 이해하는 데 조금의 노력이 필요했다. 나래를 박애주의자라고 생각했고, 계속 누군가를 사랑하던 나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 물론 현장에서 진영, 추영우 등이 워낙 잘생기고 성격이 좋아서 몰입이 저절로 되기도 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또 나래는 경찰대 유도부원이다. 이를 위해 김재인은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유도를 배워야 했다. 그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액션 스쿨에 꾸준히 나갔다. 주 2회 이상은 나간 것 같다. 내가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다. 요가 강사 자격증도 있고, 아크로바틱도 할 수 있으며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험도 있다. 그래서 유도도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 유도를 정말 잘했는데, 편집된 부분이 많다. 그게 좀 아쉽다. 감독님이 따로 와서 칭찬해 줄 정도로 잘했는데, 막상 방송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니까 내가 아닌, 대역 같아 보이기도 하더라. 다음에는 진한 액션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인은 '경찰수업'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전했다. 또래들과 호흡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배운 점도 많은 현장이었다고. 그는 "정말 호흡을 따로 맞출 것도 없이 좋았다. 처음에는 정수정이 차가운 이미지가 강해서 다가가기 힘들 줄 알았는데, 정말 말도 먼저 많이 걸어주고 대화도 많이 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더라. 또 연기도 정말 잘한다. 초반에는 내가 정수정과 부딪히는 장면이 아예 없어서 몰랐는데, 방송을 보니 정말 잘하더라.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또래들끼리 모이니까 촬영 대기시간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정말 많이 한다. 시끄러우면 안 되니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게임을 위주로 한다. 한 번은 핸드폰을 많이 흔드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했는데, 한 명이 핸드폰 없이도 막 흔들더라. 그걸 영상으로 찍었는데 정말 재밌어서 계속 웃은 기억이 있다. 정말 유쾌한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수업'을 끝낸 김재인은 KBS1 일일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에 출연 중이다. 그는 "일일드라마는 세트촬영이 많은 만큼 미니시리즈와 또 다른 느낌이다. 다른 의미에서 배우는 게 많다. 정말 집중해서 신을 딱 끝내고, 여러 신을 찍어야 된다. 그래서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해온다. 감정 정리도 정말 빠르게 해서 찍어야 된다. 일일드라마가 끝나면 연기가 더 늘어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제 막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김재인은 하고 싶은 장르도 많다. 그는 "정말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다. 사랑을 하다가 상대를 잃는 애절한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나래를 만난 후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느꼈다. 당분간 밝은 역할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또 운동신경이 좋은 만큼 액션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재인은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을 두고 "이미지가 한정됐다고 하지만 막상 그 한정됨을 만들지 않는다. 예쁘든 못생기든 부자든 가난하든, 어떤 연기도 다 잘 소화할 수 있다. 그게 나의 강점이 아닐까"라고 자평했다.
김재인은 "앞으로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연기 잘하지'라는 말이 먼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역할은 김재인이야'라는 말을 정말 듣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좋은 차기작을 만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오디션에 임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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