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핵폭탄으로 소행성 폭파해 지구 구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10.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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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궤도를 미리 알고 있다면
우주선 충돌시켜 궤도 변경 가능
美, 내달 우주선 ‘다트’ 발사 예정
갑자기 나타나난다면 핵폭탄으로
폭파시키면 충돌 막을 수 있다고
美 연구진이 가상 실험으로 학인
소행성(小行星)은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로, 혜성(彗星)과 달리 휘발성 꼬리가 없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핵폭탄으로 사전에 소행성을 파괴하고 우주선으로 궤도를 바꾸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Pixabay

199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은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폭파해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행성이 우주 감시망을 피해 갑자기 지구 앞에 나타나도 최악의 경우 충돌 두 달 전이면 핵폭탄을 터뜨려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지구로 오는 소행성을 포착하면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미국은 다음 달 실제로 소행성과 부딪쳐 궤도를 바꿀 무인(無人) 우주선을 발사한다.

그래픽=송윤혜

◇핵폭탄으로 소행성 피해 99.9% 막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패트릭 킹 박사 연구진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악타 아스트로노티카’에 “100m 길이 소행성에 핵폭탄을 터뜨려 지구 충돌을 막을 수 있음을 컴퓨터 가상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가상 실험 결과, 충돌 2개월 전에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50배 위력인 1메가톤의 핵폭탄을 터뜨리면 소행성이 산산조각 나면서 99.9%가 지구를 비껴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지구로 와도 대기 마찰로 불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행성 충돌은 영화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6600만년 전 길이 10㎞인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당시 지상을 지배하던 공룡을 멸종시켰다. 1908년에는 시베리아에 길이 60m 소행성 조각이 떨어져 숲 2000여㎢가 사라졌다. 서울시의 3배가 넘는 면적이 쑥대밭이 된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길이 1.6㎞ 이상의 소행성은 3분의 2 이상을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그보다 작은 소행성이다. 나사는 길이 140m 이상의 지구 근접 소행성 중 1700여 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추산한다.

소행성의 궤도를 미리 알고 있다면 우주선을 발사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충돌 수개월 전에 소행성을 포착하면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소행성이 갑자기 나타나면 영화처럼 핵폭탄을 터뜨려 소행성을 박살 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와 달리 사람이 탄 우주선이 핵폭탄을 싣고 소행성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지구에서 바로 발사하면 된다.

◇내달 소행성 궤도 바꿀 우주선 발사

최후 수단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다. 소행성 궤도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우주선을 보내 궤도를 바꾸면 된다. 나사는 다음 달 23일 오후 10시 20분(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다트(DART)’ 우주선을 발사한다.

다트는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이란 의미의 영문 약자다. 우주선은 내년 9월 말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디디모스 소행성 주위를 도는 디모르포스 위성에 충돌해 궤도를 바꿀 예정이다. 소형차 크기인 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와 정면 충돌하면 공전 궤도가 이전보다 안쪽으로 작아지면서 공전 시간이 몇 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트의 충돌 과정은 함께 발사하는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샛 ‘리시아큐브’가 기록한다. 다트 위성이 충돌해도 디디모스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나사는 밝혔다.

지구에서도 디모르포스 위성이 디디모스 소행성 앞을 지나가면서 빛을 가리는 것을 보고 궤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년 뒤에는 유럽우주국(ESA)이 현장 조사를 위해 탐사선 ‘헤라’를 발사한다. 헤라는 2026년 디모르포스 주변에 도착해 소행성의 궤도와 질량 변화를 조사할 예정이다.

◇1세기 반 뒤 실제 소행성 충돌 막는다

다트 실험의 성과는 실제로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을 막는 데 적용된다. 현재 나사가 지구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는 소행성은 1999년 발견한 소행성 ‘베누’다. 나사는 베누가 2182년 확률 2700분의 1로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고 본다. 나사는 이에 대비해 베누와 충돌해 궤도를 바꿀 우주선 ‘해머’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나사는 2026년에는 지구 주변 4800만㎞ 이내에 있는 미확인 소형 소행성을 3분의 2까지 감시할 수 있는 우주 망원경 ‘니오 서베이어’도 발사할 계획이다.

인류 최초로 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에 나설 다트 우주선과 지구근접 소행성 디디모스, 위성 디모르포스 상상도. 오른쪽 하단에 멀리 보이는 것은 충돌과정을 기록할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샛 '리시아큐브'(LICIACube).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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