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건강설계]

2021. 10. 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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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얼마 전 ‘사악한 도둑질(devious licks)’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일종의 챌린지가 벌어졌다. 미국의 학생들이 잇달아 교내 비품을 훔치거나 파손하는 행위를 담은 게시물을 SNS에 올린 것이다. 외신은 이 부적절한 유행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의 한 사용자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일회용 마스크 한상자를 가방에 넣어 훔친 뒤 자랑한 영상이다. 무려 7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10대들의 범죄 행위가 들불처럼 미국 전역을 덮쳤다. 학생들은 훔치고, 부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인증했다. 손세정제 거치대는 물론 거울, 칸막이 타일 등을 훔쳤고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까지도 부수었다.

‘사악한 도둑질’이 성행하자 해당 플랫폼은 관련 영상들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교육당국도 나섰다. 절도와 기물 파손을 저지른 학생에게 물품 반환, 정학, 퇴학 등의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도 게시물의 해시태그를 일부 수정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어 이 믿기 힘든 광풍이 일단락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어설프고 떠들썩한 도둑들이 있는가 하면, 치밀하고 은밀한 도둑도 있다. 우리 눈에 찾아오는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이야기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해 주는 시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렇게 시신경이 손상되면 마치 터널 속에 들어간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비전’ 현상이 나타난다. 시력이 저하된 것 같은 느낌이나 머리가 무거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불빛을 보면 빛무리(달무리)가 나타나기도 하며,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듯한 답답함과 통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10년 전 52만5614명에서 2020년 96만7554명으로 매우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40대 환자수가 최근 10년간 3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는데,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사용이 늘며 젊은 녹내장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갑자기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구역(오심)이 발생한다면 급성 녹내장의 가능성도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안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녹내장인지도 모른 채 계속 방치한 결과 시력 결손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시력을 잃기도 한다.

녹내장은 안압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환자 10명 중 7~8명이 정상 안압 녹내장 케이스다. 시신경이 약한 나머지 정상 범위의 안압(21mmHg 이하)에서도 손상이 발생한 것이다. 안압 검사만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자각증상도 천천히 나타나 많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 있다.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고혈압, 당뇨, 비만이 있다면 1년에 1~2번은 꼭 안과에서 정밀 검진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방치하면 실명질환이지만 일찍 발견하면 관리질환이다. 중심 시야까지 잘 보이지 않는 말기가 돼서야 시력에 이상이 있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 녹내장으로 한 번 손상된 시력은 회복될 수 없다. 조기 발견과 예방만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을 막아낼 수 있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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