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명의' 구독하는 시대 올까 [메디칼럼 (5)]

2021. 10. 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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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980년대 〈미미의 컴퓨터 여행〉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미미는 일종의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30년 전에 현재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정확히 예측했다(물론 밖에서 전화기로 TV나 전등을 끄는 정도지만).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4차 산업의 핵심 중 하나다. 4차 산업이라는 파도의 변화에 다소 보수적이었던 의료계도 변화의 속도를 내는 듯하다.

국내 한 통신사가 제공하는 유전자기반 구독형 헬스케어 서비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의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약어로 DNA)은 4차 산업의 필수 항목이다. 의료계 역시 헬스케어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제품 또는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제공하고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는 실로 방대하다. 기존의 의료서비스를 좀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서비스부터 예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의 의료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디지털 치료제’같이 약물치료나 수술 같은 보편적인 치료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기도 한다. 개인의 기본적인 생활습관, 혈압, 심전도 같은 생체신호의 모니터링은 이미 제품화됐으며, 대상은 반려견·반려묘까지 확대되고 있다.

변화의 축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인공지능, 네트워크,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동시간대 무한대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의료정보는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정보도 있기 때문에 빠른 처리속도는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의료정보가 축적되면 보다 더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MSG를 조금만 첨가하자면 조만간 나보다 더 나의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의료서비스의 탄생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건강관리 개념은 질병이 없는 사람의 건강검진 및 상담을 통한 건강유지, 질병이 있는 사람의 진단·치료로 개별화됐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개인의 평생 건강관리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걸 기대할 수 있다. 건강했던 시기의 과거 데이터(심지어는 유전정보까지)와 질병이 진단되고 치료과정까지의 모든 정보를 분석해 개인의 맞춤형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더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계도 고전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서비스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BBIG) 테크 산업 중 바이오는 4차 산업의 큰 축이다. 그동안 태동기로만 여겨지던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코로나19로 찾아온 ‘언택트’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듯하다. 스타트업의 기술, 거대 정보통신(IT)회사의 플랫폼 그리고 투자회사의 자본이라는 3박자를 통해 많은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의료, 차세대 치료기술 등 헬스케어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택트로 바뀐 생태계 속에서 보험회사, IT 기업들까지 합세해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도 헬스케어 플랫폼의 급성장이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돌봄의 연속성에 있는 것 같다. 기존의 의료서비스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한 뒤 대면을 통한 진단 및 치료라는 서비스를 받고 다음 진료까지 특별한 모니터링이나 의료진과의 접촉은 없는데 이러한 비연속적인 의료생태계가 점차 기존의 의료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과 협업을 하거나 독립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을 설립해 건강관리, 건강검진, 특정질환 환자의 관리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대상이 무엇이든 핵심은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로 축약된다.

현재의 병원은 과거 소독약 냄새가 나는 조용하고 투박한 장소에서 고급 인테리어와 첨단 장비가 가득한 공간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병원은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시계나 스마트폰으로 침대나 사무실에서 나를 모니터링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한 하루 운동 스케줄을 만들어주고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까지 예측해줄지도 모른다. 물론 수술과 같은 외과적인 서비스는 병원에 내원해 이루어지겠지만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환자들의 연속적인 모니터링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듯하다.

헬스케어와 사랑에 빠진 기업들

헬스케어 시장은 매년 20%씩 급성장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평균수명의 증가, 고령화, 투병기간의 증가로 급증하는 보험비용과 금융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도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룡 플랫폼 기업이 본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용자들은 기존의 포털사이트, SNS를 활용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역으로 고객들의 정보와 의료행위를 분석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마케팅을 제공할 수 있다. 나의 장기간 건강정보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받아야 하는 검진항목, 시기별로 복용해야 할 영양제, 운동방법, 필요한 보험상품 등 한마디로 토탈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점성술사처럼 내가 어떤 시간, 어떤 계절에 어디가 아플지를 예측해 줄지도 모른다.

이용주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듯이 이 모든 서비스는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처럼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만약 한 기업이 독점적 우위를 가지거나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지불해야 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공룡기업들이 헬스케어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에는 기회일 수도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일지도 모를 일이다.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자본으로 흡수해 시장의 지배력이 커지게 되면 추후 그 모든 결과에 대한 부담 역시 개인의 몫이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서 규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도 규제이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 명의의 조건은 무엇일까? 여전히 희귀한 질환을 연구하고 어려운 수술을 할 수 있는 개개인의 의사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명의들의 진료 노하우를 모아 빅데이터화하고 알고리즘화해 수많은 환자가 동시에 ‘인공지능 명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이러한 의료시스템의 창조를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많은 관문이 있겠지만, ‘미미’가 예측한 미래가 현실화된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유토피아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지도 모를 듯하다.

이용주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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