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 아닙니다, 만화입니다 [편집실에서]
2021. 10. 20. 08:29
[주간경향]
사단법인 웹툰협회가 “보도에 꼭 힘써달라”며 성명서를 보내왔습니다.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옥스퍼드영어사전은 한국어 단어 26개를 새로 추가했는데 이중 하나가 ‘만화(manhwa)’였습니다. 협회는 “그간 노력해온 만화계 모든 구성원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단법인 웹툰협회가 “보도에 꼭 힘써달라”며 성명서를 보내왔습니다.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옥스퍼드영어사전은 한국어 단어 26개를 새로 추가했는데 이중 하나가 ‘만화(manhwa)’였습니다. 협회는 “그간 노력해온 만화계 모든 구성원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만화’가 등재된 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국뽕’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다릅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누군가에게는 호들갑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전 세계 독자들을 향해 작품을 두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작가 입장에서 이는 엄연히 ‘문화전쟁’”이라며 “만화 단어 신규 등재는 만화산업뿐 아니라 창작자의 자존심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존심. 한국만화를 지켜온 한 단어입니다. 만화는 국내외에서 제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안에서는 유해도서로 치부됐고, 밖에서는 망가의 아류로 폄훼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우영, 신동우, 윤승운, 박수동, 김수정, 허영만, 이현세 등은 제각기 개성 있는 그림체로 한국만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슬램덩크〉, 〈초밥왕〉, 〈드래곤볼〉 등 1990년대 일본문화 개방과 함께 망가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박재동, 이희재 등은 토속적 스타일을 지켜냈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의 웹툰입니다. 2019년 기준 K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1조원이 넘었습니다. K웹툰은 K드라마를 받쳐주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신과 함께〉, 〈내부자들〉, 〈강철비〉, 〈이태원클라쓰〉, 〈미생〉의 원작이 K웹툰입니다. 넷플릭스의 〈스위트홈〉, 〈킹덤〉, 〈D.P.〉도 K웹툰에서 나왔습니다.
〈로봇 찌빠〉 신문수 화백의 회고입니다. 2003년 일본에서 열린 만화가회의에 참가했더니 일본대표가 얕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러더랍니다. “망가 지망생들을 보내주면 우리가 교육을 잘 시켜주겠다”고요. 화가 난 신 화백은 “우리도 잘 가르치고 있다. 나중에 두고 봐라. 우리는 돌아가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답니다. 깜짝 놀란 일본 측이 한국 측에 사과하면서 무마됐습니다만, 자존심만큼은 그때도 대단했다고 합니다.
만화의 등재 소식이 반가운 것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임금 수준이 높습니다. 저출산도 심각합니다. 고부가가치로 산업전환이 필요한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산업입니다. K웹툰의 높은 경쟁력은 콘텐츠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합니다.
독고탁의 드라이브볼을 기억하시나요.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가던 그 우스꽝스러운 공말입니다. 올해는 독고탁 탄생 50주년이라고 합니다. 한국만화는 우리에게 추억을 주었고, 지금은 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만화를 지켜온 거장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자존심. 한국만화를 지켜온 한 단어입니다. 만화는 국내외에서 제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안에서는 유해도서로 치부됐고, 밖에서는 망가의 아류로 폄훼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우영, 신동우, 윤승운, 박수동, 김수정, 허영만, 이현세 등은 제각기 개성 있는 그림체로 한국만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슬램덩크〉, 〈초밥왕〉, 〈드래곤볼〉 등 1990년대 일본문화 개방과 함께 망가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박재동, 이희재 등은 토속적 스타일을 지켜냈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의 웹툰입니다. 2019년 기준 K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1조원이 넘었습니다. K웹툰은 K드라마를 받쳐주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신과 함께〉, 〈내부자들〉, 〈강철비〉, 〈이태원클라쓰〉, 〈미생〉의 원작이 K웹툰입니다. 넷플릭스의 〈스위트홈〉, 〈킹덤〉, 〈D.P.〉도 K웹툰에서 나왔습니다.
〈로봇 찌빠〉 신문수 화백의 회고입니다. 2003년 일본에서 열린 만화가회의에 참가했더니 일본대표가 얕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러더랍니다. “망가 지망생들을 보내주면 우리가 교육을 잘 시켜주겠다”고요. 화가 난 신 화백은 “우리도 잘 가르치고 있다. 나중에 두고 봐라. 우리는 돌아가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답니다. 깜짝 놀란 일본 측이 한국 측에 사과하면서 무마됐습니다만, 자존심만큼은 그때도 대단했다고 합니다.
만화의 등재 소식이 반가운 것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임금 수준이 높습니다. 저출산도 심각합니다. 고부가가치로 산업전환이 필요한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산업입니다. K웹툰의 높은 경쟁력은 콘텐츠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합니다.
독고탁의 드라이브볼을 기억하시나요.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가던 그 우스꽝스러운 공말입니다. 올해는 독고탁 탄생 50주년이라고 합니다. 한국만화는 우리에게 추억을 주었고, 지금은 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만화를 지켜온 거장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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