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통역] ② "내 인생은 농구와 함께" 창원 LG 채성우

최설 2021. 10.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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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 주인공을 많이 닮아 ‘토마스’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창원 LG의 인기 만점 통역사. 채성우(32) 씨.

그는 지난 2019년 KBS2 TV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도 출연하며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작 채성우 씨의 관심사는 오로지 농구다. 휴일에도 농구 생각에 잠겨 더 나은 통역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멈출 수 없다는 그다.

인생에서 농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채성우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요새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지?
방송 당시보다는 덜하지만, 간혹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아무래도 수도권보다 창원에서 더 많이 알아보신다(웃음).

Q.학창 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고.
아버지 일 때문에 초등학교를 미국에서 보냈다. 중학교 때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다시 미국으로 가 대학원까지 다녔다. 아이오와주립대를 나왔다. 예전 DB에서 활약했던 디온테 버튼이 내 후배다.

Q.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했는지?
대학교 때 스포츠 과학을 전공했다. 더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에 대학원에도 진학했고, 스포츠 심리를 전공했다. 늘 스포츠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항상 그쪽 계통으로 공부를 했다.
공부하다 보니 이론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서둘러 직장을 구했다.

Q.2016-2017시즌 앞두고 부산 KT(현 수원 KT)로 입사했다.
미국에서 구직 공고 사이트를 통해 지원서를 넣었다. 근데 면접일이 바로잡혀 서둘러 귀국했다. 짧은 시간 맨땅에 헤딩한다는 느낌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구단에서 (나를) 좋게 봐줘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첫 직장이었다.

Q.초반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데.
성적도 성적이지만 첫 시작을 외국선수 부상으로 출발했다. 처음 크리스 다니엘스가 팀에 합류했지만,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외국선수 7명과 인사를 나누고 계약하느라 정신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시즌부터 아예 경험을 ‘빡시게’ 한 것 같아 큰 도움이 됐다.

Q.여러 스포츠 종목 중 농구를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여러 스포츠를 접했다. 야구, 축구, 농구 다 해봤다. 그중 농구에 가장 관심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표까진 아니지만, 정식 팀에서 체계적으로 농구를 배우기도 했다.

Q.과거와 현재 달라진 환경이 있다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배달 앱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그전 선배들은 더 힘들었겠지만, 요새는 앱이 발달 돼서 일하기 수월해졌다. ‘쿠팡이츠’는 영어지원도 돼 외국선수들이 직접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Q.LG 두 외국선수, 아셈 마레이와 압둘 말릭 아부 모두 한국이 처음이다.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아셈) 마레이는 오피스텔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압둘 말릭) 아부는 혼자 지내고 있지만, 곧 친구가 오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레이가 해외 경험이 많다 보니 아부 방에 놀러 가서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또, 둘이 종교도 같다. 이슬람교여서 서로 잘 통한다. 단,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힘들 줄 알았는데 돼지고기만 빼고 음식을 주문해주면 돼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Q.두 선수 모두 국적이 다르다.
(마레이는 이집트 국적에 KBL 최초 아랍 출신, 아부는 나이지리아/미국 이중 국적)
국적을 보고 선수를 뽑지는 않았다. 개인 기록이나 신체 사이즈 등 감독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들을 확인하고 뽑았다. 마레이는 인사이드 장악력이 좋고, 아부는 뛰어난 운동능력에 잘 뛸 수 있는 선수여서 선발했다.

Q.처음 외국선수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있는지?.
아무래도 한국과 외국 문화는 다르기에 문화적인 주입을 먼저 해준다. 그중 ‘빨리빨리’를 제일 먼저 알려준다. 비교적 느긋한 외국에 비해 한국은 좀 빠른 걸 선호하니까 “우리 한국은 빠르다”라는 걸 각인 시켜준다. 감독 코치들도 ‘빨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다(웃음).

Q.통역하다가 난처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자주는 아닌데 간혹 발생한다. 분명 (외국선수에게) 작전을 전달했는데 선수가 까먹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제일 난처하다. 최대한 방지하려고 습관적으로 되새김을 하고 늘 긴장하고 있다.

Q.혼났던 적도 있었는지?
농구와 관련된 일은 아니었다. 간호사에게 두 번 혼났다. 작년에 (캐디) 라렌 아내가 딸을 낳았는데, 요리 중에 진통이 와서 급하게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뭐라 하셨다. 들어간 지 5분 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마레이 아내가 출산했다. 마찬가지로 숙소에 있다가 병원에 갔는데 너무 늦게 왔다고 혼났다. 아마 아기를 2번 받은 통역은 나밖에 없을 것 같다(웃음).

Q.짧은 시간 작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외국선수들이 없는 비시즌에도 훈련에 참관하고 중요한 패턴이나 작전이 있으면 속으로 연습한다. 외국선수들이 들어와도 꼭 알아둬야 하는 전술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해 안 되는 패턴은 감독이나 코치들에게 질문한다. 여전히 어렵다.

Q.처음 생각했던 통역이랑 다른 게 있다면?
이렇게 희생이 필요할 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를 땐, 경기장에서 통역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외국선수 영입부터 관리까지 경기와 훈련 때 해주는 통역보다 더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Q.그럼에도 통역의 매력을 꼽자면?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뛰는 열정과 희열을 (우리도) 똑같이 느낀다. 일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이 점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해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 가장 큰 매력이다.

Q.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김)영환이 형이 LG를 상대로 역전 버저비터를 넣은 경기가 내 인생 최고의 경기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시즌 중에 LG에서 KT로 트레이드돼 마음고생을 했는데, 진짜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마지막 주인공이 돼서 기뻤다. 나도 모르게 코트로 뛰어들어가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이)재도랑 최근 그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어떻게 되다 보니 (재도랑) 같이 LG에 있는 것도 신기했다.

Q. KT에서 LG로 자리를 옮긴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특별한 사유는 없다. 계약이 만료됐고, 그쯤 LG에서 원했다. 현주엽 감독도 매번 마주칠 때마다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하자고 했는데 결국 한솥밥을 먹게 됐다.

Q.현주엽 감독과 케미가 좋았다. 감히, 평가하자면?
현주엽 감독은 당근과 채찍이 확실했다. 채찍이 많아도 당근 하나로 (선수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다.

Q.현주엽 감독, 실제로도 많이 먹는지?
거짓이 아니고 실제다. 매끼는 아니지만 정말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이면 그 이상도 먹는다. 나는 방송이라 더 먹으려고 했던 점도 있다. 하루에 세 끼만 먹는다. 아침도 자주 거르는 편이다(웃음).

Q.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육회나 회, 날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Q.과거 조동현 감독, 현재는 조성원 감독과 함께 하고 있다. 특징이 있다면?
조동현 감독은 선수 때와 비슷하게 굉장히 디테일하고 꼼꼼했다. 조성원 감독은 인간적인 리더라고 생각하면 된다. 선수들을 잘 타일러서 동기부여를 주고 코트 위로 내보낸다.

Q.평소 휴일은 어떻게 보내는지?
보통 경기 사이 3~4일 정도 여유가 있을 때 휴가를 받는다. 길지 않으면 대부분 창원에서 지낸다. 요새는 자전거 타는 게 취미다. 최근 최영재 트레이너가 자전거를 타면서 살도 많이 빠지고 박도경 책임을 꼬셨다. 박 책임이 (자전거를) 타는 걸 보고 나도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자전거를 구매했다. 요새는 모임 같은 게 생겨 시간만 되면 40~50km씩 타고 들어온다. 창원에 자전거길이 좋다.

Q.혹시 여자친구는?
없다. 일단 개인 시간이 많이 없었고 비시즌에도 계속해서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한 외국 선수 스카우팅을 해야 해서 바빴다. 다 변명이다. 노력을 안 했다. 구단 스태프 간의 관계가 너무 좋아서 맨날 봐도 항상 재밌고 가족 같다. 이게 크다(웃음).

Q.스카우팅 업무도 병행한다고.
전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관여하고 있다. 구단에 에이전트랑 소통하는 채널은 따로 있어 (나는) 외국선수 타 리그 계약 정보나 주요 선수 리스트를 만들어 업데이트하고 있다. NBA나 G리그는 항상 보고 있다. 그중 한국에 맞겠다 싶은 선수가 있으면 박유진 전력분석원과 상의한다.

Q.평소 스카우팅을 위한 출장을 자주 갔는지?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한다. 그전에는 보통 2~3월에 보고 싶은 선수들을 추리고 4월 말, 5월 중순 사이에 다녀오곤 했다. 중간에 G리그 쇼케이스도 12-1월에 열리는데 시간이 되는 코치들이 갔다. 또, 4월 중순쯤 개최하는 포츠머스 초청 캠프는 전 구단이 갔다. 미 대학 졸업반 선수들 64명을 초청하는 대회다.

Q.가장 친했던 외국선수로 리온 윌리엄스(현 서울 SK)를 꼽는다고?
입사 후 첫 2시즌을 같이했다. 첫 시즌에는 중간에 들어왔고, 두 번째 시즌에는 부상으로 중간에 헤어졌지만, 친형 같은 느낌이다. 아주 성실하고 착하다. 가족들이랑도 친하게 지냈다. 지난 컵대회 첫 경기가 서울 SK랑 경기였다. 유튜브를 찍고 있는데 버스에서 내리길래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달라고 했다. 미국에 놀러 가면 마당에서 스테이크 구워 먹으면서 위스키 한잔할 수 있는 사이다.

Q.유튜브 방송은 어떤 건지?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LGsakers)에서 나와 박 책임이랑 맡은 코너가 있다. ‘세이커스 뉴스’라고. 마케팅 부서의 지원을 받고 시작했는데 인기가 생각보다 많이 없다. 4편을 못 찍고 있다. 그 안에서 선수들이랑 토크 형식으로 창원시도 홍보하고 재밌는 컨텐츠를 보여주려 했다. 거창했던 초기 계획만큼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Q.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타 구단 통역들이 있는지?
같은 시기에 들어온 한준혜(전 고양 오리온), 차길호(현 울산 현대모비스 매니저), 김민영(현 전주 KCC) 통역과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서로 모르는 게 있으면 공유했다. 김민영 통역과는 친구다. 농구화를 어디서 구매하면 좋을지 물어보곤 한다. 외국선수들의 발 사이즈가 커서 웬만하면 해외직구를 해야 한다.

Q.통역으로서 여전히 노력 하는 점이 있다면?
통역 일을 하고 있지만, 국내선수들이랑도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외국선수들이 합류했을 때 그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줄 수 있다. 그래서 신인선수나 새롭게 팀에 합류하는 선수가 있다면 최대한 먼저 다가가려 한다. 친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면 나중에 소통이 더 수월해진다.

Q.반대로 본인만의 장점은?
소통을 더 잘해줄 수 있는 사람? 어렸을 때부터 외국선수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지내며 자랐다. 여러 출장을 통해서 유럽권도 경험해봤다. 그들이 지금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꾸준히 소통하면서 팀 적응뿐 아니라 한국 적응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어느 한 분이 통역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 문의한 적 있다. 나는 영어 실력과 농구 지식은 둘째치고 얼마나 친근감을 가지고 1이 아닌 2, 3까지 해줄 수 있는 소통과 희생정신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Q.앞으로 통역으로서 꿈은?
아직은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리자면 구단 프론트에서 일하고 싶다. 웬만하면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 국제업무 쪽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

Q.올 시즌 LG 농구의 달라질 점과 목표가 있다면?
공격 농구는 조성원 감독이 항상 추구하는 방향이다. 올 시즌은 좀 더 타이트하고 터프한 농구가 될 것 같다. 화려할 때도 정교할 때도 있는 재밌는 농구가 준비되어 있다.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이후 무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첫 번째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고 선수들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_점프볼 DB

점프볼 / 최설 기자 cs34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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