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1주일에 '5일' 전기 못쓰는 중국.."문 닫으라는 얘깁니까?"

김민성 2021. 10.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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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웨이하이 공장단지 (드론 촬영: 이창준 기자)


한국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웨이하이에는 970여 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동차, 조선, 어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웨이하이 경제의 40%를 한국기업들이 지탱한다고 하니 한국의 영향력이 아주 높은 곳입니다.

석탄 공급난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으로 상당수 지역에서 전력난이 심각한데 한국기업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10월 13일 웨이하이를 찾았습니다.

웨이하이는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전력공급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1주일에 '2일'은 전기를 쓸 수 없는 '계획 단전'조치가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전선 생산 한국 기업 (촬영: 김민성 기자)


업체별로 요일을 정해 운영하는데 예를 들어 A업체는 월,화요일에 계획단전을 하면 B업체는 수,목요일에 전력 사용 제한을 받는 것입니다.

'계획 단전'은 완전히 전기를 끊는 것이 아니라 전기는 공급하지만 평상시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을 초과해 전기를 쓸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사무실 조명이나 컴퓨터 등 기본 사무 업무만 볼 수 있을 뿐 제품 생산을 위해 기계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전기를 사용했을 경우 상당한 금액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획단전이 시행되고 있는 안테나 생산 한국 기업 (촬영: 이창준 기자)


4년 전 부터 가동을 시작했다는 한 자동차 안테나 생산업체를 찾았습니다.

평일인데도 모든 공장의 불은 꺼졌고, 직원 100여 명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날이 마침 계획 단전이 시행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10월부터 계획단전이 실시되고 있지만 당장 기업 운영이나 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업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웨이하이시가 기업체에 내려보낸 전력제한 통지서 (전력을 사용할 수 없는 요일이 업체별로 지정돼 있음)


■ 1주일에 '5일' 전기 못 써… 일방적 통보에 기업체 '전전긍긍'

그런데 지난 주까지 1주일에 '2일' 전력 사용 제한을 받았던 웨이하이 기업체들에게 10월 18일(월요일) 오후 난데 없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주일에 5일 동안 전기를 쓰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껏 해야지, 문을 닫으라는 얘깁니까?"

웨이하이시에서 업체를 운영하는 한국기업 대표의 말입니다.

이번주 들어 1주일에 '2일'이던 전력 사용제한 조치가 '5일'로 늘어난 것입니다.

업체들은 어이가 없다며 말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웨이하이에서 가동중인 중국기업도 마찬가지 적용을 받는다고 합니다.

자동차 부품을 설명하는 정동권 웨이하이시 한인회장 (촬영: 이창준 기자)


정동권 웨이하이시 한인회장은 KBS와 통화에서 "상식선에서 얘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일방적이어서 현재 영사관에도 이같은 내용을 알렸다" 라고 말했습니다.

웨이하이시의 전력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웨이하이시의 '5일' 전력사용 제한 통보는 시한이 오는 10월 24일까집니다.

그런데 24일 이후에도 똑같이 '5일' 동안 전력 사용을 제한받을지 아니면 원래 대로 '2일'만 전력사용을 제한할 지 아무도 알 수 없고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에 '해도해도 너무한다'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전력난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는 한국기업 관계자 (촬영: 이창준 기자)


■전력 사용 제한 강화…'납품 기일 못 맞출까 걱정'

웨이하이의 이같은 조치에 앞서 최근 산둥성은 기업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각 기업체에 내려 보내 계획단전 방안 (① 4일 전력 공급, 3일 전력사용 제한 ② 1일 전력공급, 1일 전력사용 제한. ③ 20일 전력 공급, 15일 전력 사용 제한)


11월부터 기업들의 운영형태를 '1주일에 4일 근무하고 3일 휴무하는 방안'과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방안' 그리고 '20일 일하고 15일 쉬는 방안' 등 3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제시했습니다.

지금 보다 전력 사용 제한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현재로선(1주일에 '2일' 전력사용 제한) 납품 물량을 맞추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전력사용 제한 조치가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올 겨울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더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어 난방용 전력이 많이 필요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전력난을 더 부추겨 갑작스런 단전 사태에 전력사용 제한조치도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전선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 (촬영: 이창준 기자)


전력 추가 제한 조치에 공장 가동 일수가 줄어드면 생산량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고 주문 받은 물량을 제때 납품할 수 없는 도미노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예고 없는' 전력사용 제한 조치 확대와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전력난에 중국에 진출한 3만 여 우리 기업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민성 기자 (kim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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