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이 되어 가슴에 박히는..돈과 인기를 거부하는 노래들 [스밍]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 10.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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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밍: 이번 주엔 이 노래] 정밀아 '꽃'
*스밍(streaming): 온라인 음원 실시간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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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아, 이아립, 윤지영, 강아솔.

이제 한국 노래가 빌보드 1위에 올라도 뉴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은 21세기 가장 빠르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나라가 된 것 같다. 그 최전선에 기획사에서 만든 아이돌 그룹들이 있다. 히트시키기 위해 만든 음악,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노래가 아니라 이제 국위선양을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해야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밀아 - 꽃

그러나 여전히 돈이나 인기나 국위선양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음악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돈이 안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끝내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음악은 뉴스에 나오지 않고 TV에 초대되지 않으며 라디오에서도 외면한다. 그렇지만 어느 공간에서인가 꿋꿋이 연주된다. 나는 그런 음악에 더 끌린다.

곡조를 만들고 노랫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기쁨인 사람들의 음악엔 흙냄새가 배어있다. 시장에 내놓으려고 약 치고 비료 주며 키우지 않고 자신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 텃밭에서 가꾼 채소의 향기 같은 것이다. 특히 여자 포크 뮤지션들의 노래들이 그렇다.

정밀아의 ‘꽃’에는 그런 감성이 한껏 묻어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 목소리로만 이뤄져있다.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는 이 소리들을 녹음하려고 썼을 뿐, 어떤 장식적 기능도 쓰지 않았다. 전주도 없이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하고 시작하는 처음에 자신이 하는 음악에 대한 무한한 확신이 묻어있다. 그가 노래하는 꽃은 화려하거나 군락을 이루지 않는다. 돌 틈에 홀로 핀 아슬아슬한 꽃이다.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부분이 두번째 반복될 때 아주 작은 변주가 일어난다. 그 작은 꽃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바람에 살짝 흔들린 듯한 느낌이다.

▼이아립 - 시 헤는 밤

‘꽃’에 비하면 이아립 노래 ‘시 헤는 밤’은 장식적이다. 기타는 리듬을 타고 흐르며 음색에서는 아주 적지만 습기가 느껴진다. 이제니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를 읽은 뒤 만든 이 곡의 구성은 히트곡의 대척점에 있다. 노래 중간에 두번쯤 기승전결 가운데 ‘전’의 기회가 있으나 이아립은 마치 ‘그런 싸구려 후렴은 만들지 않을 거야’ 하듯 서둘러 멜로디를 거둬들인다. 유행가의 작법을 일부러 거부하는 그 감성과 “나직이 그 이름 부를 때/ 우리는 단 한 줄의 시가 되기를” 하는 가사와 제법 어울린다. 구구절절 다 읊는 문장은 결코 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윤지영 - 부끄럽네

반면 윤지영 노래 ‘부끄럽네’는 꽤 대중음악의 작법을 따르고 있다. 이아립 노래보다도 더 많은 장식음과 포즈(pause)를 활용했다. 특이한 것은 다들 음성에 울림 효과를 주는 리버브(reverb)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크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런 녹음은 노래가 더 친근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부끄럽네/ 우리가 했던 모든 말이” “다만 묻고 싶은 게 있어/ 근데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같은 가사를 전달하려면 사운드는 당연히 소박해야 하는 것이다.

▼강아솔 - 아름다웠지 우리

강아솔 노래 ‘아름다웠지 우리’ 역시 리버브를 쓰지 않아 메마르게 느껴진다. 정밀아나 이아립처럼 전주도 생략했다. “아침 햇살처럼 눈부셨”고 “눈 덮인 숲처럼 고요했”던 우리가 “저무는 노을빛의 석양이” 되기까지를 이렇게나 쓸쓸하게 부르는 동안 피아노와 첼로, 바이올린이 듣는 이를 위로한다. 폐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숨에 음표를 달아 부르는 노래는 이별의 마무리가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절절하게 표현한다.

그러므로 이런 음악들은 애초 히트나 대박을 목표로 탄생하지 않는다. 어떤 감정을 악보로 옮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멀미 끝에 토해내듯 만들어낸다. 그러니 ‘꽃’의 가사처럼 이런 노래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또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신해철 ‘Here, I Stand For You’

🎧박지성 응원가 ‘개고기 송’ 원곡…19세기 찬송가 ‘춤의 왕’

🎧정재일 ‘오징어 게임 O.S.T’

🎧그린데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아바 ‘Does Your Mother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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