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회의 강스파이크]구단 버스기사가 '여성'인 AI 페퍼스, '후추가루' 아닌 '고춧가루'였다
"올 시즌 한 세트를 따내기도 힘들 것 같다."
V리그 여자부 '막내'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의 비 시즌 연습경기를 지켜본 배구인들의 냉혹한 평가였다.
준비 과정부터 불안함 투성이었다. 창단 팀 혜택으로 가장 좋은 기량을 갖춘 외국인 공격수 엘리자벳을 뽑긴했지만, 타팀에서 보호선수 9명을 제외하고 데려온 토종 선수들을 "너무 젊은 선수들로 구성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김형실 AI 페퍼스 초대 감독은 이성희 이경수 코치와 논의 끝에 이한비를 비롯해 세터 이 현, 최민지 지민경 최가은 등 5명을 특별지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눈은 '당장'이 아닌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막 탄생한 신생팀 답게 팀의 아이덴티티를 만들려고 했다. 3년 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그 동안 기존 구단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소위 '만년 백업'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려고 했다.
사실 FA 미계약자 하혜진과 프로를 떠나 실업팀에서 뛰다가 복귀한 레프트 박경현을 영입하면서 정원을 채웠지만, 전력 향상을 이뤘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그나마 신인 드래프트에서 실업리그 수원시청에서 활약하던 리베로 문슬기를 뽑아 팀 내 '맏언니' 역할을 맡겼다.
나머지 공간은 고교 졸업을 앞둔 신인들로 메웠다. 헌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1순위로 지명한 대구여고의 장신세터 박사랑이 전국체전 8강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4개월여간 전력에서 이탈했다.
가장 문제는 훈련시간이었다. 선수들이 채워지는 시간에 공백이 생기다보니 완전체로 손발을 맞추기 힘들었다. 선수 부족으로 컵 대회에 출전할 수도 없었고, 지난달 30일 창단식 이후 신인 선수들의 전국체전이 끝난 뒤에서야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비 시즌 기간 AI 페퍼스의 연습경기를 본 한 배구인의 평가는 박했다. "공이 제대로 세터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 다른 배구인은 "올 시즌 1승이 아니라 1세트라도 따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눈 코 뜰새없이 바빴다. 팀 경기력도 향상시켜야 했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는 방안에도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결론은 '업계 최고대우'였다. 우선 타팀의 동급 선수들보다 높은 연봉을 만들어줬다. 또 의식주에서도 부족함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안방인 광주에선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게 했다.
세밀한 부분도 신경썼다. 선수들의 발이 될 구단 버스에는 남성 탑승을 금지했다. 그래서 구단 버스 기사도 여성으로 공개채용했다. 경기가 끝난 뒤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선수들끼리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 모든 건 장매튜 AI 페퍼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매튜 구단주는 열린 생각으로 김 감독의 장기 플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역사적인 창단 첫 경기를 맞았다. 19일 광주광역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
이날 AI 페퍼스는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인삼공사 선수들이 적응하기 전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면서 1세트를 먼저 따냈다. 주위의 평가를 한순간에 불식시켰다. 김 감독은 센터 역할을 부여한 하혜진의 활약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 원래 라이트가 주 포지션인데 엘리자벳 때문에 센터로 나갔다. 블로킹과 공격에서 경험이 있는 선수로 역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하혜진은 공격득점은 없었지만 네 차례 블로킹에 성공하면서 1세트 4득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는 2%가 부족했다. 2~3점차로 뒤지면서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그러나 세터 이 현의 토스가 흔들리면서 승부처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3세트가 유독 아쉬웠다. 21-21 동점까지 승부를 끌고갔다. 다만 이후부터 세터와 외인 공격수 엘리자벳의 호흡이 들쭉날쭉하면서 방점을 찍지 못했다. 결국 세트스코어 1대3으로 역전패했다.
그래도 큰 소득은 주위의 평가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이날 AI 페퍼스는 '후추가루'가 아닌 '고춧가루'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김 감독이 목표로 세운 시즌 5승은 몰라도 1승은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 판이었다. 글로벌야구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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