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종전선언'은 필요하고 가능한 것일까?
외교·안보라인 서울, 워싱턴 오가며 총력전
북한, 과거 '무반응'에서 선결조건 내걸고 '반응'
미국, 북핵 문제와 결부 입장…논의는 진행
여"한반도 평화의 불씨" 야"정치적 말장난 불과"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 이슈를 다시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운전자' 역할을 강조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 '종전선언' 만큼은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유엔 발언 이후 외교·안보라인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2일 미국으로 건너가 종전선언 구상을 백악관에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방한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장을 만났다.
또, 지난 18일에는 서울을 찾은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과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이 방한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는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만나 한반도 정세와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종전선언' 현실화를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동참해야 가능하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직후인 지난달 24일 북한의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불과 7시간 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밝혔다.
최근에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김지영 편집국장은 "(종전선언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언급한 내용이나 표현을 보면 북한은 '종전선언'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자신들이 흥미가 없는 제안에 대해서는 보통 침묵해 왔다. 과거 문 대통령이 두 차례 '종전선언' 언급을 했을 때 북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북측이 공식 입장을 밝혔다는 점은 여지가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이다.
대북 적대정책과 이중 잣대 철회 등의 전제조건을 내걸었으나 대북제재 완화나 인도적 지원 등 이득을 얻기 위해 '종전선언'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역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한편, 미국은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와 결부해야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나 이행 약속 없이 종전부터 선언할 경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 해 주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 북한이 '종전선언'을 미끼로 주한 미군 철수 등 엉뚱한 요구를 해 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전선언'을 활용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은 뒤 기자들에게 종전선언 이슈를 계속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을 현재의 남북 교착상태를 타개할 하나의 시작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설령 '종전선언'이 강제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일지라도 휴전상태인 현재의 '정전협정' 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한미군은 정전협정이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주둔하는 것으로 종전선언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두고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타개할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추진을 당부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북 핵 위협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촉진, 북핵 협상의 입구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지 북핵 문제를 그대로 용인한 상태에서 종전선언만 덜렁 추진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종전선언'은 남과 북, 미국, 그리고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의 셈법과 입장이 제각기 달라 쉽게 이뤄질 사안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합의를 해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70년 가까이 휴전 상태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를 언제까지 모른 척 그대로 놔둘 수만은 없다.
정치적 선언이라도 협의 과정에서 구속력을 부과할 수 있고 전 세계를 상대로 알리는 것인 만큼 그 자체로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종전선언' 추진이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정권 말기 급한 마음에 추진하는 '깜짝 쇼'라면 그로 인해 받게 될 모든 비난은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CBS노컷뉴스 윤석제 기자 yoonthom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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