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공항 마구 누비는 불법드론..킬러 '드론건' 쏜다

박진호 입력 2021. 10. 20. 05:00 수정 2021. 10. 2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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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주도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드론이 날아들자 고성능 레이더와 주·야간 카메라가 이를 탐지한다. 이어 드론에 장착된 장비 정보를 수집해 위험 요소가 있는지를 분석한 후 불법 비행 중인 드론을 향해 드론건(전파교란장비)을 발사한다. 드론건에 의해 드론의 제어권을 빼앗긴 불법드론은 상공에서 40분가량 옴짝달싹 못 하다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바닥으로 추락한다.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서 불법 비행을 하는 드론의 최후다.

불법 비행을 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드론(Anti-Drone) 시스템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한수원)가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어서다. 한수원은 오는 11월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력발전소에 드론건 2대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올해 안에 수력발전소는 보안수준에 따라 드론건을 배치하고 원자력발전소는 5개 사업소 모두 드론건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관련 기관 승인절차 등을 거쳐 정확한 도입 시기가 확정된다”라고 말했다.


댐·원전·공항 보안시설 드론 피해 속출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에 사용된 드론건과 다기능 관측경 모습. [사진 영월군]

한수원이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에 나선 건 최근 몇 년 사이 국가 주요 보안시설마다 불법 비행을 하는 드론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불법드론에 대한 문제의식은 2019년 8월 부산 고리원전 주변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비행체 4대가 동시에 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본격화됐다. 원전의 경우 국가 주요 보안시설로 항공안전법에 따라 주변 3.6㎞ 내는 비행금지구역, 반경 18㎞ 내는 비행제한구역이다.

미확인 비행체 4대가 포착된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리원전 일대 비행 제한구역에서 무단으로 드론을 날린 14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드론이 출몰하자 한수원과 국토교통부는 안티드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리원전에서 드론 방호 장비 성능 검정 시험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33억 들여 드론 탐지시스템 도입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불법드론 피해가 가장 큰 곳은 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불법드론 때문에 회항·지연 사례가 잦아지자 불법드론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7월 33억5000만원을 들여 도입한 드론 탐지시스템은 불법드론을 무력화하지는 못하지만 불법비행에 대한 탐지는 가능하다.

국토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오섭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탐지한 불법드론은 179건에 이른다. 이중 실제 적발로 이어져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33건(18%) 수준이다. 나머지 146건은 불법비행이 탐지는 됐지만, 적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1년간 불법드론 때문에 회항 8대, 복행 9대, 출발지연 17대 등의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나머지 지방공항은 기본적인 탐지시스템조차 구축돼 있지 않아 불법드론의 침공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조오섭 의원은 “안티드론 시스템은 감시 수준을 넘어 무력화까지 가능하도록 기술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산화율이 낮고 실증 데이터 부족, 시스템 표준화 미흡 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공항을 비롯한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 대한 불법드론 피해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드론 침공 ‘무방비’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 시급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가정보원은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서 불법드론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자 본격적인 피해 예방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국정원은 드론실증도시로 선정된 영월군과 함께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에는 국토부·강원도청·2군단·552안보지원부대·강원소방본부 등 주요기관 관계자 및 양양국제공항·소양강댐 등 국가 보안시설 대테러·보안담당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국정원 대테러 담당관의 드론테러·보안사고 사례 및 드론 대응지침 소개로 시작됐다. 이어 항공안전기술원 강현우 미래항공연구실장의 ‘안티드론시스템 이해 및 국내정책 소개’ 특강과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안티드론 장비 시연회 등이 진행됐다. 드론 격추 실습 및 강원소방본부의 소방드론을 이용한 구조활동·2차 피해 대응 교육 등도 이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 드론의 불법 비행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고 대부분 주요 시설들이 접근하는 드론을 사전에 탐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번 훈련은 드론테러 위협에 대한 실전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안티드론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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