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빌 클린턴도 걸렸던 패혈증..미생물 감염으로 장기까지 손상

이병문 2021. 10. 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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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年3000만명 발생
미생물 감염 의한 염증이 원인
최대한 빨리 항생제 투여해야
즉시 치료 안하면 내독소 발생
백혈구가 사이토카인 방출해
신체기능 장애로 사망할 수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부인 힐러리 여사(오른쪽)와 함께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의 어바인 대학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75)이 패혈증으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패혈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 주변에서도 지인이 열,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입원한 뒤 며칠 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가족과 보호자는 "멀쩡하게 병원에 걸어 들어가셨던 분이 어떻게 돌아가실 수 있느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패혈증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에 의해 우리 몸이 감염돼 전신성 염증 반응을 일으켜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30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한 달 내 사망률은 30%에 달한다. 전신성 염증 반응은 38도 이상의 고열 혹은 36도 이하의 저체온증, 호흡 및 심박 수 증가, 백혈구 수치 이상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수반하는 것을 말한다. 패혈증은 특정 신체 부위가 감염돼야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의 어떤 장기든 미생물에 감염되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폐렴, 신우신염, 뇌막염, 봉와직염, 복막염, 욕창, 담낭염 등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 혈액에 침투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미생물이 혈액에 직접 침투하지 않더라도 요로감염처럼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투하기도 한다. 면역력이 좋고 건강한 사람은 이런 침투 세균을 백혈구가 물리칠 수 있지만 고령이거나 항암치료를 받으며 면역억제제를 투여받는 환자, 간 질환 및 알코올중독이나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신생아는 패혈증이 발생하기 쉽다.

김규석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증 패혈증은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이 사망률이 높고 6시간 이내의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내에는 패혈증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한 해 패혈증 발생률이 10만명당 300~1000명으로 급성 심근경색증 208명, 뇌졸중 104명을 훨씬 웃돈다"고 설명했다.

패혈증 치료제는 그동안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패혈증의 원인과 진행 과정이 단순하지 않아 뚜렷한 성과가 아직까지 없다.

감염된 세균을 죽이는 역할은 백혈구 중에서도 호중구가 담당한다. 이때 세균을 빨리 제거하면서 동시에 인체에 손상을 입히는 사이토카인(cytokine)의 과도한 방출을 자제해야 하지만 적절하게 균형 잡기가 어렵다. 세균을 박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패혈증 치료의 난관이었다.

최근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가 세균 감염 시 백혈구인 호중구가 세균을 박멸시키면서 동시에 독한 사이토카인을 방출해 인체에 손상을 준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바 있다.

주요 증상은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정신착란 등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신체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급격히 떨어져 피부가 푸르게 보이거나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심할 경우 신체 특정 부위를 절단할 수 있다. 이 밖에 구토, 구역질, 설사 등이 발생하고 소화기관 내출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증상은 세균의 균체 내에 함유된 '내독소(endotoxin)'에 의해 발생하며, 패혈증 악화는 내독소가 염증에 반응해 백혈구가 사이토카인을 대량 방출하면서 인체를 손상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패혈증은 특별한 진단법이 없고 전신성 염증 반응의 유무와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을 찾아내 연관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해 백혈구·혈소판 등의 수치 변화를 확인하고 혈액 배양 검사 등을 실시한다.

치료는 무엇보다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미생물을 찾아내 신속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안정하도록, 신체 각 부분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조아라 대동병원 내분비센터 과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패혈증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지 않으면 신체 각 부분의 기능 장애와 쇼크 등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라며 "감염성 질병 진단을 받으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곧바로 치료를 받고 미생물이 신체 다른 곳으로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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