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어? 건물이 휘어져 보이네..'황반변성' 조기 치료하세요

이병문 2021. 10. 20. 0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력 90% 담당 '황반'에 변화
60세 이상 4명 중 1명 걸려
노화 주원인..흡연 등 영향도
바둑판종이 한쪽 눈으로 볼 때
가로세로 줄이 휘어 보이거나
중심 검게 보인다면 이상신호
시신경 세포 죽으면 재생 안돼
항산화 비타민 위주 식단관리
루테인·제아잔틴 섭취도 도움
왼쪽은 정상, 오른쪽은 황반에 출혈이 생긴 황반변성. [사진 제공 = 대한안과학회]
각막이 눈의 창문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면, 망막은 우리 눈이 사물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얇은 신경 조직이다.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존재로, 빛을 감지하고 시각 정보를 처리 통합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한다. 이 망막의 중심에는 직경 약 1.5㎜의 누르스름한 부위가 있는데, 이곳이 황반(黃斑)이다. 황반은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시력의 90%를 담당한다. 색을 구별하고 사물을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도 황반의 몫이다.

황반변성은 황반부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개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면 황반에 변화가 오는데, 눈이 침침해지거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시야 한가운데가 검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바로 황반변성이다.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6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황반변성을 앓고 있고, 75세 이후 가파른 유병률의 증가를 보인다. 이 밖에 흡연, 유전, 염증 관련 요인, 고도근시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혈중 콜레스테롤도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의 위험 인자로 꼽힌다.

최근 고지방·고열량의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비만 지수가 높아지고 있고, 고도근시에 의한 황반변성도 많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 강동경희대병원]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안과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7·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국민의 주요 눈질환 유병률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 13.4%, 녹내장 4.3%, 당뇨망막병증 18.7%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3.2명당 1명이 황반변성을 앓고 있었다. 또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노화와 관련이 깊은 녹내장, 황반변성의 유병률이 10년 전에 비해 각각 99.0%, 104.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승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은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노인성 안질환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황반변성 등 노인성 안질환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치매, 낙상, 우울증 위험을 높여 삶의 질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발생한 경우에는 아직 정상인 반대편 눈의 시력에 의지해 이러한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반대편 눈에도 시력 저하가 온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시력 저하, 변형시, 사람을 쳐다볼 때 얼굴은 안 보이고 팔, 다리는 보이는 중심암점 증상이 발생한다. 초기 글자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고 글을 읽을 때 어느 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전 교수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백내장은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황반변성은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이는 황반이 시신경세포로 구성돼 있어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황반변성 환자가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황반부의 구조적인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은 정기적인 자가검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하기 전, 즉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진단을 받은 후에는 망막 전문의의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황반변성의 위험 인자로 알려진 비만, 흡연 등의 조절 가능한 인자 역시 줄이도록 해야 한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위험한 것은 습성 황반변성이다. 습성 황반변성은 예후가 좋지 않고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황반변성인지 확인하려면 바둑판같이 가로세로 줄이 많이 그어져 있는 종이를 한쪽 눈으로만 쳐다보면 이상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달력의 숫자를 일정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혈관조영술과 안구 단층촬영을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한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산화작용을 늦춰야 한다. 금연과 잦은 운동이 도움이 되고 인스턴트 식품이나 지방이 많이 포함돼 있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등푸른 생선, 견과류 등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와 아연, 루테인, 제아잔틴의 섭취가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을 낮추고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

전 교수는 "노년층은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시야 가운데가 검게 보이면 즉시 안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60세 이상이면서 비만, 흡연, 황반변성의 가족력 등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