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역벤션'

최승현 논설위원 입력 2021. 10. 2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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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등 주요 정치 행사에서 승리한 후보나 정당 지지율이 이전보다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라고 한다. 경선 후보들끼리 치고받는 난타전이 끝나면서 패자는 승복하고 승자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지지율이 단숨에 치솟는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컨벤션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그것도 두 번이나 누린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한 노무현은 경선 승리 직후 지지율 40%라는 컨벤션 효과를 봤다. 그 후 하락했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몽준 후보와 이룬 단일화 이벤트로 지지율이 다시 10%포인트가량 오르는 2차 상승 곡선을 탔다.

▶선거에서 컨벤션 효과는 크든 작든 있다는 것이 정치 상식이다. 그런데 열흘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 추이는 컨벤션 효과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이 지사가 야당의 윤석열, 홍준표 후보와 가상 대결에서 강세를 보이는 여론조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후보로 선출된 직후부터 야당 후보에게 밀리는 조사가 나오고 점차 간격이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 경선 4강에 턱걸이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도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조사까지 나왔다.

▶대장동 의혹이 이어지면서 지지층의 동요가 현실화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후보 확정 시점과 맞물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선 최종일 함께 발표된 3차 일반 당원·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가 낙선자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28% 대 62%로 크게 밀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컨벤션’이 아니라 ‘역(逆)벤션’이 돼버렸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무효표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로 논란이 벌어진 것이 지지층 분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 중 본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4%, 야당 후보 지지는 40%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아름답지 않은’ 모양이 되자 컨벤션 효과는 크지 않았는데 결국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2016년 미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도 후보 경선 승리 후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지지층 반발로 컨벤션 효과를 별로 보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에게 패했다. 이재명 후보가 ‘역벤션’이라는 생각지 못한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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