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 아파트, 경비원 대신 관리원으로 부르는 속사정

유종헌 기자 입력 2021. 10. 20. 03:07 수정 2021. 10. 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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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경비원 대리 주차 땐 과태료..갑질 금지 조치

“21일부터 경비원들의 주민 차량 대리 주차 서비스를 중단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이달 초 서울 송파구 A아파트 단지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1984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없는 데다 세대당 주차 대수가 0.89대에 불과해 주차난이 심하다. 이중·삼중 주차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경비원들이 주민들의 차량 열쇠를 보관해놨다가 요청이 있으면 차를 대신 빼주는 ‘대리 주차’ 일을 해왔다.

19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앞에 "경비원도 우리의 이웃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는 21일부터는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차량 대리주차나 택배 개별 세대 배달 등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고 지자체의 시정명령을 무시하는 아파트 주민은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2021.10.19/연합뉴스

이를 중단하는 것은, 21일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온갖 일을 도맡아하는 경비원의 업무를 명확히 해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개인 차량 주차 대행, 택배 세대 배달 등을 시킬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반면 재활용품 정리 등 분리수거 업무 일부는 경비원이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A아파트처럼 경비원이 주차 일을 병행했던 아파트들은 비상이 걸렸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 ‘단지의 특성을 고려해달라’는 진정을 넣었지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대리 주차 전문 업체에 용역을 주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차량당 월 7만원을 요구해 이를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존처럼 대리 주차를 계속 맡기려 법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 아파트들도 있다. 경비원 대신 ‘관리원’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비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적용을 받지만, 관리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 대리 주차 등을 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는 법 개정 전부터 이 관리원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 인력 90여 명 중 경비원은 2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원은 대개 관리원 직함을 달고 대리 주차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역시 공동주택관리법상 금지된 개별 가구의 대형 폐기물 수거·운반 업무를 관리원들에게 시키고 대신 4만원의 수당을 주고 있다.

문제는 관리원과 경비원의 처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비원과 달리 관리원은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나와 일하는 것은 동일한데 주 52시간제를 맞추려고 억지로 휴게 시간을 부여하다 보니, 근무시간이 줄어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생긴다. 또 관리원은 경비원이 받는 월 최대 5만원의 일자리 안정 자금도 받을 수 없다.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관리원 C(65)씨는 “말만 휴게 시간이지 ‘차 빼달라’는 무전이 오면 바로 출동해야 한다”면서 “일은 그대로인데 월급만 20만원 줄었다”고 했다.

한국경비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아파트가 최저가 입찰제로 경비 업체를 선정하는데, 기존 경비원이 하던 업무를 못 하게 만든다고 새 사람을 뽑겠느냐”며 “어떻게든 기존 인력에게 일을 계속 시킬 것”이라고 했다. 곽도 전 중앙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오히려 고령 경비원들의 임금과 복지가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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