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日 뚫었다, 교육·성형정보앱 1위

장형태 기자 2021. 10. 20.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종 스타트업들, 현지화로 공략.. 삼성·현대도 못 넘은 벽 넘어

성형정보앱 강남언니는 올해 일본 진출 1년 만에 입점 병원 500곳을 돌파하면서 가장 많은 병원을 등록한 앱이 됐다. 월간 이용자 수는 30만명에 이른다. 일본 내 성형외과를 앱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현지 지사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도 앱 이름은 ‘강나무온니(강남언니의 일본식 발음)’를 그대로 썼다. ‘한국=성형 강국’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는 “일본 성형 정보 앱을 인수하고 일본 뷰티 대기업의 영업팀을 통째로 영입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강남언니는 성형 정보 앱 외에도 자신들이 개발한 병원 환자 예약·관리 소프트웨어도 일본 병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가 광고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한국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기업도 정착하지 못하며 ‘한국 기업 불모지’로 불려온 일본 시장에서 한국 IT 서비스의 경쟁력을 앞세워 뿌리를 내린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성형정보·교육·라디오 방송 같은 분야에서 현지 앱과 경쟁하는 단계를 넘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창업 초기부터 일본 진출을 목표로 치밀한 현지화 전략을 세운 끝에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대기업도 못 뚫은 日 시장, 스타트업이 공략

2018년 일본에 진출한 수학 문제 풀이앱 콴다는 얼굴을 맞대고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일본 학생들의 특성에 주목했다.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면 선생님이 풀이를 보내주는 방식인데, 일본 출시 4개월 만에 구글·애플 앱 장터에서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했고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오디오 앱 부문 1위이자 미국 클럽하우스보다 월 이용자 수가 많은 스푼라디오는 애니메이션 성우의 인기가 높은 일본 시장 특성을 활용했다. 인기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진격의거인에서 목소리를 연기한 유명 성우가 하는 방송을 스푼라디오로 송출해 인기를 끌었다. 현재 일본 스푼라디오에서 매월 방송하는 DJ 수만 평균 10만명에 달한다. 스푼라디오 관계자는 “올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2015년 창업해 이듬해 일본에 진출한 채용 플랫폼 원티드는 아예 서비스 내용을 한국과 다르게 구성했다. 이복기 원티드 대표는 “남을 추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일본 이용자 특성에 주목해 ‘추천’ 대신 ‘응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추천한 사람이 면접서 떨어지면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인내심 필요하지만 충성도 높고 규제 적어 해볼 만”

일본에 진출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꼽는 일본 시장의 특징은 ‘인내’와 ‘충성도’다. ‘4~5년은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새 앱과 서비스에 관심이 낮지만, 일단 정착하면 계속 사용하는 충성 이용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2015년 창업해 2017년 일본에 진출한 숙박 관리 시스템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의 이웅희 대표는 “일본은 신뢰와 원칙이 중요한 시장이라 비즈니스가 정착하는 게 더디다”며 “우리도 처음에는 객실 5개를 맡아 운영하다가 신뢰가 쌓이고 나서야 20개, 200개 객실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H2O호스피탈리티가 관리하는 일본 내 민박 등 숙소는 7300여 곳까지 늘었다.

전 세계 900만명이 내려받은 아동용 교육 앱 토도영어·토도수학을 서비스하는 에누마는 이달 일본에 토도영어를 출시했다. 에누마는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네이버 라인의 캐릭터들을 토도영어 앱에 덧입혀 친근함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시장은 자국 IT 서비스가 적고, 플랫폼·금융 관련 규제가 느슨하다는 특징도 있다.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플랫폼의 환자 알선이 불법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지 고객을 한국 성형외과로 데리고 올 수 있다”고 했다. H20호스피탈리티도 2018년 주택을 민박으로 운영할 수 있는 법이 신설된 틈을 타 일본 사업을 급속도로 키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