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악몽 뒤로하고.. 포항 임시구호소, 4년 만에 운영 종료

명민준 기자 2021. 10.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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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트라우마와 겨울 맹추위,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절망감이 힘들었습니다." 1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임시구호소를 떠나며 한 주민이 남긴 말이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11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임시구호소 운영을 마감하는 행사를 갖고 주민들의 귀가를 도왔다.

793가구 1990명이 흥해실내체육관 등 포항시가 마련한 임시구호소 15곳에 머물렀다.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물던 주민들이 시와 협의해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임시구호소도 4년 만에 철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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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재민들, 1435일 만에 귀가
1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지진 피해 주민들이 임시구호소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뉴스1
“지진 트라우마와 겨울 맹추위,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절망감이 힘들었습니다.”

1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임시구호소를 떠나며 한 주민이 남긴 말이다. 그의 집은 구호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한미장관맨션. 삶의 터전은 2017년 11월 15일 리히터 규모 5.4의 포항지열발전소 촉발지진이 발생하면서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부서졌다.

잠시 피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옷가지만 들고 집을 나섰던 게 4년 전. 정부와 포항시가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최근이다. 고통스러운 텐트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그는 다시 집에서 싸온 짐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면서 “이곳을 떠나면 가장 먼저 가족들과 일상의 평화를 되찾고 새로운 삶의 희망도 싹틔우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 촉발지진으로 임시구호소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이 힘겨웠던 구호소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지진 발생 후 정확히 1435일 만이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11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임시구호소 운영을 마감하는 행사를 갖고 주민들의 귀가를 도왔다.

4년 전 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지진으로 135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고 주택과 상가, 공장 등 5만6000여 채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793가구 1990명이 흥해실내체육관 등 포항시가 마련한 임시구호소 15곳에 머물렀다.

여진이 잦아들면서 주민 상당수는 집으로 돌아갔다.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비롯해 지진으로 집이 크게 파손돼 ‘전파’ 판정을 받은 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으로 떠났다. 하지만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은 떠날 수 없었다. 시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전파 판정을 받아야 임대주택 거주 자격을 얻는데 한미장관맨션은 ‘약간 수리가 필요한 정도’인 ‘C’등급을 받은 것이다. 주민들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다.

포항시는 주민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지난해 11월 이주희망조사와 현장조사를 거쳐 임시구호소에 머문 96가구 가운데 62가구에 LH 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했다. 시가 이사비와 월 임차료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구제안을 원했던 주민 일부는 시의 제안을 거절했다. 최근까지 60가구 주민 154명이 임시구호소 거주자로 등록했던 이유다. 실제 9가구 10여 명이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생활했다. 장기간 텐트 생활에 주민들은 지친 상태였다.

최근 임시구호소로 희망이 날아왔다. 지난달 24일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가 제19차 회의를 열어 한미장관맨션과 대신동 시민아파트를 ‘수리 불가’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상 전파 판정에 준하는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2곳 주민들에게 아파트 교환가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물던 주민들이 시와 협의해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임시구호소도 4년 만에 철거한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흥해실내체육관은 보수 공사를 거쳐 다시 체육시설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포항시는 피해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는다. 18일 주거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현재 LH 임대주택이나 전세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 주민 115가구에 대해 주거지원을 24개월 연장한다. 또 지진 피해 구제신청과 관련해 접수된 9031건에 대해 592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임시구호소를 철수한 오늘 포항시는 촉발지진이 남긴 아픔을 털고 새 출발점에 서는 상징인 날이라고 생각한다.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민관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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