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서울 아파트의 반전, 미계약이 쌓인다

정순우 기자 입력 2021. 10.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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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는 지난달 1순위 청약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렸다. 마곡지구가 가깝고, 분양가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미만인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그런데 60대1 넘는 경쟁을 뚫고 당첨된 사람 중 절반 가까운 18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규제와 맞물린 새 아파트 품귀 여파로 분양만 하면 순식간에 완판되던 올 상반기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아파트 청약 시장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계약이 안 돼 추가 모집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약 시장은 주택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선행 지표 성격이 강하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청약 수요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피고 있다./뉴시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분양한 서울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는 43가구 1순위 청약에 994명이 몰렸지만 27가구가 미계약됐다. 지난달 미계약분에 대해 무(無)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22가구가 또 미계약분으로 남아 20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지난 7월 분양된 종로구 ‘에비뉴청계2′, 동대문구 ‘브이티스타일’도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해 추가 모집을 받았다.

최근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아파트는 대부분 한두 동(棟) 규모 ‘나 홀로 아파트’로, 대단지 아파트와 같은 체계적인 관리나 커뮤니티 시설은 기대하기 어려워 수요자들의 선호도는 떨어지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분양 전문가들은 “여러 단지에서 미계약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상반기만 해도 나 홀로 아파트도 ‘없어서 못 판다’는 분위기였다. 3월 분양한 광진구 ‘자양하늘채베르’(165가구)와 4월 분양한 관악구 ‘중앙하이츠포레’(82가구)도 단지 규모는 작았지만 미계약은 없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수요가 줄면서 나 홀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나중에 처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심리가 확산하면 나 홀로 아파트뿐 아니라 입지나 시설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대규모 아파트까지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非)서울 지역에서는 소규모 단지가 아닌데도 신규 분양 아파트에서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미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판교 SK뷰 테라스’는 1순위 청약 경쟁률 316.8대1을 기록했지만 292가구의 40%인 117가구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달 6~7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도 4만여 명이 몰렸지만 또 15가구가 남았고, 청약 순서가 예비 순번 200번대 후반까지 밀린 끝에 19일에야 모두 팔렸다.

한때 열기가 뜨겁던 대구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공급 과잉 여파로 최근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동인’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나왔고, ‘신기역 극동스타클래스’는 142가구 중 120가구가 미분양됐다. 8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2365가구로 7월(1148가구)의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이 매달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 역시 2주 연속 0.01%를 기록하며 지방 5대 광역시 평균(0.2%)을 크게 밑돌고 있다.

다만 최근의 분양난을 당장 분양 시장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강동구 둔촌주공 같은 대형 재건축 단지나 3기 신도시 등 공공 택지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가 워낙 많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아파트들이 시장에 나오면 언제든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청약통장 가입자는 2842만명으로 올 1월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최근 일부 분양 단지에서 미계약이 나타난 것은 지금껏 너무 과열됐던 청약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청약 시장에서는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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